간병인에게 환자 가래 흡입 시술 지시한 의사 ‘선고유예’

김나현 2023. 12. 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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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으로 고용된 요양보호사에게 뇌출혈 환자 대상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대학병원 의사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2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간병인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흡입 시술을 가르치고 지시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 의사 신모(62)씨에게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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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으로 고용된 요양보호사에게 뇌출혈 환자 대상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대학병원 의사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2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간병인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흡입 시술을 가르치고 지시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 의사 신모(62)씨에게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란 경미한 범행이라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유예 기간 특정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신씨의 지시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 환자를 숨지게 한 요양보호사 이모(65)씨에게는 의료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앞서 2021년 4월16일 이씨는 뇌출혈 환자 전모(62)씨의 간병인으로 고용된 후 의사 신씨에게 가래 흡입 시술법(석션)을 배워 환자에게 직접 석션을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 달 18일 오전 3시쯤 기관 절개 시술을 받은 전씨의 기도 속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석션을 하던 중 간이침대에서 잠이 들었고, 그 사이 기관 내 손상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전씨는 결국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장기 기능이 저하돼 두 달 뒤 사망했다.

이에 신씨는 석션은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이씨에게 직접 시술을 교육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의료 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 등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 지도 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까지는 허용된다. 재판부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 석션을 의료행위로 본 보건복지부 규정 등을 토대로 신씨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관행적으로 간병인 등에 의해 석션 시술이 자주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시스템 개선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해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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