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전관이 피의자에 받은 돈, 수임료일까 청탁일까…법리싸움 예고

김지환 기자 2023. 12. 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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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vs ‘정당한 수임료’…첨예한 입장차
홍만표 전 고검장, 수사 무마 청탁 무죄 선고
法 “수사 검사와 연락 안해...정상적 변호”
법조계 “돈 건넨 사람 진술 중요” 정바울 입에 쏠린 눈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와 곽정기(33기) 변호사가 22일 구속기로에 선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들이 받았다는 ‘금품의 성격’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사 무마 청탁의 대가’라는 검찰의 주장과 ‘정당한 수임료’라는 이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들 변호사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검찰에 따르면 임 변호사는 지난 6월 백현동 민간업자인 정바울(아시아디벨로퍼 대표)씨로부터 백현동 사건 수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곽 변호사는 지난해 6~7월 경기남부경찰청의 백현동 사건 수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수임료 7억원과 현금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사법 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거나 약속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무원에 대한 청탁, 즉 정식 의뢰를 받은 변호사가 접대나 뇌물 등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방법으로 변론 활동을 했고, 그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는 점이 입증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변론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홍만표 전 고검장(변호사)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돼 2016년 기소됐다. 그는 정 전 대표의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수사와 관련해 2015년 7~10월 검찰 간부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3회에 걸쳐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 지하철 매장 입대사업 관련 서울시 관계자 등에 대한 청탁으로 2억원, 사건 수임 내역을 축소 신고해 37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었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수사 무마 청탁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수사 기간 수사검사나 부장검사 등과 통화하거나 연락한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임 후 정 전 대표를 면회하는 등 (정상적) 변호활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홍 변호사에 대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법조계에서는 홍 변호사 사건과 임정혁·곽정기 변호사 사건이 수사 무마 청탁을 댓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과 전관 변호사가 연루된 점 등이 비슷하며 향후 수사에서 다뤄질 쟁점도 비슷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 변호사가 수사 무마 청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은) 받은 돈이 변호사의 정상적인 착수금 또는 선임료로 볼 여지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변호사 등의 사건에서도 쟁점은 같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간 돈이 청탁의 대가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돈을 건넨 사람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A 변호사는 “돈을 건넨 사람이 수임료로 준 것인지, 다른 목적이 포함된 것인지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변호사 비용은 착수금인지 자문비용인지 명목을 구분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수임계약서 등이 있더라도 돈을 건넨 사람을 통해 전달 방법이나 목적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이들 변호사에게 제공한 돈에 대해 어떤 진술을 했는 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셈이다. 검찰은 정씨 등 백현동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과 녹취록이나 문자 등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외에도 홍 변호사 사건과 100억원대 수임료로 문제가 됐던 최유정 전 부장판사의 사건 등 유사 사례 판례도 검토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충분히 인적·물적 증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와 곽 변호사는 사건 직후 “사건 수임에 따른 정당한 수임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수임료라는 여러 근거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양측에서 제시되는 증거의 설득력에 따라 결과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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