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미세먼지 규제 걸린다’…유로7에 韓 기업들 선제대응

김성진 2023. 12. 20. 17: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U, 비배기 오염물질 규제 유로7 잠정합의
타이어·브레이크 마모까지 미세먼지 규제
전기차 전용 타이어·친환경 소재 활용 대응
“선제적으로 잘 대응..불확실성 해소된 것”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뿐 아니라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마모로 발생하는 미세입자도 규제하는 유로7에 유럽연합(EU)이 잠정합의하며 향후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의 행보와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자동차 환경규제는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 EU의 합의로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는 수소차나 전기차까지도 미세먼지 규제망이 펼쳐진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로7 잠정합의에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드러난 만큼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비(非)배기 오염물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만큼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대응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전기차·수소차까지 잡는 미세먼지 규제망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유럽의회는 도로 교통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규제하는 기준인 유로7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잠정합의된 유로7의 핵심은 바로 타이어나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규제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이번에 EU가 최초로 이를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잠장합의안은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친 뒤 발효된다. 실제 적용은 승용차와 승합차는 발효 30개월 뒤부터 이뤄지며 버스와 트럭, 트레일러는 48개월 뒤다.

이에 따라 수소차나 전기차처럼 친환경차들도 미세먼지 규제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유로7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타이어나 브레이크의 미세먼지(PM10·지름이 10㎛ 이하인 입자)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경우 순수전기차는 1㎞당 3mg,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는 7mg, 내연기관 대형승합차는 11mg로 정해졌다.

타이어 및 브레이크 마모 입자로 인한 오염은 그 위험성이나 심각성이 배출가스만큼 널리 알려져있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대기 중으로 비산될 경우 바람 및 강우 등에 의해 하천과 바다에 유입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인체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로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올 초 자동차 비배기관에 의한 미세먼지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U의 PM 2.5(1000분의 2.5mm보다 작은 먼지) 총 배출량은 135만8200톤(2019년 기준) 중 도로이동에서 발생한 배출량은 11만8100톤으로 총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타이어 및 브레이크 마모 배출량은 3만5300톤으로 EU 총 배출량 대비 약 2.6%를 차지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에 친환경 브레이크 패드 대응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제조 및 부품업체들의 향후 대응 전략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전기차는 동력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없지만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량 전체의 무게가 내연기관차보다 300㎏~500㎏ 더 무거워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을 개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무거운 무게를 견디기 위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내마모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내연기관차 타이어에 비해 내마모성이 30% 이상 뛰어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패드 소재 쪽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만드는 아라미드 펄프는 브레이크 패드를 만드는 소재로 활용되는데 다른 소재와 비교해 친환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레이크 패드를 구성하는 전체 소재 중 20%를 바로 아라미드 펄프가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도 높은 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펄프를 상신브레이크에 주로 납품하며 이곳에서 생산된 브레이크 패드는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항구 자동차기술원장은 “이번 잠정합의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라며 “갑작스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일찌감치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구미공장 아라미드 생산동 전경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김성진 (jin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