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원로 "한동훈=이순신, 배 12척 남아"…韓비대위 출격 임박(종합)
원로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거의 이의 없어"
이르면 21일 본회의 예산안 통과 후 임명할 듯
한동훈, 구원투수 될지는 여전히 의문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국민의힘이 사실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당 원로들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당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임진왜란 당시 영웅 이순신 장군을 사례로 들며 장수를 아껴 쓰려고 하다가 총선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나온 만큼, 한 장관을 신속히 임명할 방침이다. 이르면 21일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 구성과 관련한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15일 비상 의원총회, 18일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당내·외 의견을 수렴했다. 한 장관의 임명에 대한 뜻을 모으지 못해 당내 원로들의 조언을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상임고문단 자격으로 신영균 명예회장을 비롯해 황우여·권철현·문희·신경식·목요상·김종하·김동욱·김용갑·최병국·나오연·유흥수·유준상·이윤성 고문 등이 참석했다.
상임고문들의 따르면 대부분은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그런 식으로 등판해 승리로 이끌어 나가야지,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무엇하냐.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훌륭한 국민의힘 자산인데 조기에 등판해서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당에서 결정하고 윤 대통령도 한 장관과 호흡이 맞는다면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일부 원로들은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점과 정치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한동훈 반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검찰 독재, 검찰 공화국’이라는 (지적) 문제, 일반 서민 대중들의 편이 돼주는 느낌을 줄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게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안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실상 의견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 이제 여러 고민과 숙고를 해 판단하겠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되고 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21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하기로 한 만큼, 한 장관의 임명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한 장관의 등판을 조속히 할 방침이지만, 당내에선 한 장관이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 앞서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비대위 띄우기’가 시작되면서 이른 시일 내 한 장관의 추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당내 반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거셌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사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아니면 안 되게 전략을 짠 게 통한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친윤 의원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 장관은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도 한 장관의 임명을 두고 끝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윤 원내대표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를 여러 통로를 통해 묻고 또 묻고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장관에게 놓인 과제는 국민의힘의 내년 4월 총선 승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한 장관의 개인 역량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한 장관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근혜 비대위’ 때처럼 승리하려면 사람 한 명 바꾼다고 되지 않는다. 당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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