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안돼"…보험 '절판 마케팅'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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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진단받으면 100만원의 보험금을 드립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0월 10일 기존 독감보험의 보장 금액을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11월 초 금융감독원이 경쟁 자제를 주문하자 보험사들은 일제히 20만원으로 보장액을 낮췄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절판 마케팅을 하면서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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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마다 판매 경쟁 과열
재무 건전성 악화 '부메랑' 우려
전문가 "금융당국 직접 규제를"
“독감 진단받으면 100만원의 보험금을 드립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0월 10일 기존 독감보험의 보장 금액을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그전까지 2년 반 동안 3만1000건에 그친 판매량이 보험금을 높인 직후 20일 동안 10만8000건으로 급증했다. 다른 보험사도 경쟁적으로 보장액을 높였다.
금융당국이 경쟁 자제를 주문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보험사들은 오히려 영업을 강화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조건으로 가입을 못 한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절판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반복되는 절판 마케팅
보험업계에서 절판 마케팅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엔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신계약 확보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독감보험은 삼성화재가 2020년 9월 보험업계 처음으로 출시했다. 독감 진단을 받으면 치료비로 20만원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올해 1월 KB손해보험이 보장 한도를 50만원으로 올리자 경쟁이 치열해졌다. 삼성화재는 3월 50만원으로 따라 올렸다가 6월에 20만원으로 축소했다. 절판월인 5월에 매출이 훌쩍 뛰었다.
올 하반기에 다시 증액 경쟁이 벌어졌다. 10월에 현대해상이 50만원, 한화손보가 100만원 보장 상품을 내놨다. 독감의 실제 치료비는 평균 12만원가량이다.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도 매출 확대에 나선 것이다. 11월 초 금융감독원이 경쟁 자제를 주문하자 보험사들은 일제히 20만원으로 보장액을 낮췄다. 10월에도 절판 마케팅으로 보험사들은 매출을 끌어올렸다.
올해 초에는 자동차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 특약에서 경쟁이 붙었다. DB손해보험의 5000만원 보장 상품이 시초였다. 이후 7000만원, 1억원 상품까지 등장했다. 또 금감원이 나서자 다들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 변호사 선임비는 1500만원 안팎이다.
이후에도 실제 비용이 2만원 안팎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비용을 31만원까지 보장해준다는 상품이 나왔다. 응급실 내원 일당, 재활치료비 등을 놓고서도 증액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 부메랑으로
보험사들의 절판 마케팅은 대표적인 과당 경쟁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일반적 경쟁과 달리 과당 경쟁은 결국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장동한 건국대 교수는 “무리한 경쟁은 손해율을 높이고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나지만 결국 실적 악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작년 말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2년 비과세 한도 축소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을 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돌아와 보험금을 타려는 고객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절판 마케팅을 하면서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과당 경쟁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보험상품을 신고할 때 최대 보장 금액을 기재하는데, 이를 증액할 때는 다시 신고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절판 뒤 시장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리스크만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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