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레스 존 제로 "호요버스 개발력 어우러진 최고의 비빔밥"
잘 어우러진 비빔밥 같은 '젠레스 존 제로'는 호요버스 개발 노하우의 집약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기작 '붕괴3rd'를 통해 ARPG 개발력을 입증한 호요버스는 신작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
거기에 기존 라인업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힙하고 펑키한 감성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호요버스는 붕괴3rd,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게임을 출시하며 소위 '호요버스식 루틴'을 정립했고, 그 기조는 젠레스 존 제로에서도 이어진다.
기존 호요버스 유저라면 큰 어려움 없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더욱이 난도는 같은 ARPG 게임 붕괴3rd에 비하면 훨씬 쉽다.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입문을 고려해 볼 만하다.
붕괴3rd의 '과거의 낙원', 붕괴: 스타레일의 '시뮬레이션 우주' 등 호요버스는 로그라이크 요소를 던전 요소로 꽤 자주 사용했다. 젠레스 존 제로는 이를 메인 콘텐츠에 내세웠다.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보편화된 장르적 요소기에 초보자도 문제없다.
종합하면 비교적 연계 난도가 낮은 붕괴3rd식 액션에 로그라이크 던전, 그리고 원신에서 정립된 인터페이스가 한 데 잘 조화를 이룬 게임이다. 앞서 말한대로 노하우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장르 : ARPG
출시일 : 2023년 11월 24일
체험 버전 :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개발사 : 호요버스
플랫폼 : PC / 모바일
■ 화끈하고 화려한 교대 사이클로 채운 액션 시퀀스
젠레스 존 제로는 호요버스의 ARPG 전작 붕괴3rd와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 총 3명의 캐릭터를 교대로 사용한다. 키 세팅은 평타, 스킬 그리고 궁극기로 구성된다. 회피 시 스킬 발동 및 QTE 연계기술까지 붕괴3rd와 많이 닮았다.
디테일한 요소는 차이가 크다. 대표적인 예시가 궁극기 게이지 공유다. 붕괴3rd의 전투 메타인 '빠른 SP수급 → 궁극기 연사'라는 전투 스타일을 탈피하고자 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 결과 같은 장르더라도 완전 다른 전투 양상을 체험할 수 있다.
난도는 훨씬 쉽다. 각 캐릭터간의 시너지 연계가 중요한 붕괴3rd는 일정 수준의 숙련도가 쌓이기 전까진 생각보다 화끈한 대미지를 뿜어내기 어렵다. 젠레스 존 제로는 비교적 넉넉한 QTE타임과 가이드로 난도를 낮췄다.
극한 회피 체류 시간도 굉장히 짧은 편이다. 붕괴3rd,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타워 오브 판타지' 등 모바일 APRG는 회피 성공 시 불릿 타임이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거기에 각 캐릭터 별로 회피 성공 시 패시브까지 터지기 때문에 어드밴티지가 상당하다.
극한 회피를 터트려 패시브를 발동, 이어 빠르게 시너지를 연계한 뒤 필살기를 발동해 폭발적인 대미지를 넣는 방식이 기존 ARPG의 딜사이클이다. 체류 시간이 짧은 젠레스 존 제로는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기 어렵다.
젠레스 존 제로의 액션은 짤딜과 태그다. 공격을 피한 뒤, 짤딜, 그리고 태그해 다시 출동 스킬로 딜을 넣고 빠지는 형태다. 자칫 액션의 호흡이 길어질 수 있지만, 이를 빠른 속도의 캐릭터 태그로 보완했다.
덕분에 시퀀스 하나의 템포가 굉장히 빠른 타이트한 액션을 체험할 수 있다. 연출도 훌륭했고 특유의 손맛과 타격감은 원조 맛집답게 최고였다.
■ 로그라이트, 스토리 진행과 연출을 위한 효과적인 장치
젠레스 존 제로는 로그라이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아마 CBT를 플레이한 유저는 느꼈을테지만, 다키스트 던전 시리즈의 '스트레스, 정신붕괴, 기벽' 시스템을 가져왔다. 침식 게이지는 스트레스, 침식 효과는 기벽과 정신붕괴로 해석된다. 차이가 있다면 라이트하다는 사싷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호요버스는 과거의 낙원, '나선비경', 시뮬레이션 우주 등 신작마다 로그라이크 형식의 던전을 출시해왔다. 스토리 진행 콘텐츠 자체를 로그라이크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기존 유저들은 이미 익숙한 방식이다. 또한, 이런 콘텐츠들 모두 전통적인 로그라이크 구성보단 일종의 장치로서의 색이 짙다. 엄연히 따지면 로그라이트인 셈이다.
젠레스 존 제로는 스토리 연출을 위한 일종의 장치로 로그라이크를 사용했다.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동, 그 안의 미스테리 생명체와 지형이 시시각각 바뀌는 설정이다. 이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보단 랜덤 성향이 강한 로그라이크로 풀어냈다.
외부 조력자가 브라운관TV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비전투 상황의 이동 과정을 브라운관 TV들로 구성된 맵으로 표현했다. 특정 생명체가 쫓아오는 연출이나 기믹을 설정에 맞게 잘 구성했다.
기본 진행 방법은 캐릭터를 움직이며 각종 이벤트가 발생하는 스테이지 칸을 옮겨 다닌다. 해당 칸의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UI 하단에 표시된 침식 게이지가 10씩 증가하고, 100이 될 경우 침식 증상이란 디버프가 부여된다. 디버프는 던전 한 곳에서만 유지된다. 디버프 외에도 선택지 보상에 따라 각종 버프를 얻는다.
이는 로그라이크답게 유저의 '선택과 결정'에 무게감을 준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스테이지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불확실 요소의 개입으로 얻는 다채로운 게임 양상은 확실한 장점이다. 물론 다키스트 던전처럼 죽으면 끝도 아니고, 디버프가 크게 무거운 편은 아니다.
■ 정형화된 호요버스식 루틴, 이제는 조금 식상할지도?
호요버스식 루틴과 인터페이스는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다. 젠레스 존 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인 스토리 클리어, 이후 행동력을 소비해 각종 던전을 돌며 파밍하는 것이 호요버스 게임의 사이클이다.
젠레스 존 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인 스토리 완료 후 성유물 역할인 '디스크'는 공동 탐사 중 얻은 재화를 파밍하는 것이 엔드 콘텐츠다. 인터페이스 역시 기존 원신, 스타레일와 거의 동일하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오는 편안함이 있다곤 하지만, 슬슬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느낌도 든다. 장르적 차이가 있을 뿐 플레이 경험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독보적으로 유니크한 것도 아니다.
스토리 연출 시 카툰 스타일의 만화와 더빙이 삽입돼 있다는 점은 훌륭했다. 컷씬의 양도 많아서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국 연출은 조미료일 뿐이다. 재료의 차이가 거의 없다.
붕괴 시리즈와 플롯 자체가 완전히 똑같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다. 브라운관TV 연출 등은 신선하지만, 설정 자체도 플레이어가 "불법 로프꾼이 되어 '공동'이라고 불리는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장소에 대한 의뢰를 해결"하는 진부한 내용이다.
더욱이 붕괴3rd를 해봤다면 눈치챘겠지만, 에테르는 붕괴능이고 에테리얼은 붕괴수다. 붕괴3rd가 전 세계적 재난이라면 젠레스 존 제로는 공동이라는 협소한 공간으로 줄였을뿐이다.
이런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낮, 밤, 새벽 시간대마다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를 나눴고, 로프넷에서 의뢰를 받는다는 설정의 퀘스트 수주 방식 등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힙하고 펑키한 감성을 담으며 맛을 살렸다.
1. 기존 ARPG에 비해 낮은 입문 난도
2. 화려한 연출과 묵직한 손맛으로 속도감과 액션성이 우수함
3. 게임 콘셉트에 잘 맞는 스토리 진행 방식과 구성
1. 정형화된 호요버스 루틴으로 비교적 신선함이 떨어짐
2. 스토리 연출과 진행에 치중된 로그라이트 요소
3. 비교적 난잡한 UI와 불친절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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