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놓게 할 '노량'의 100분 해전 장면…"제작비 346억·최신 기술 쏟아부었다"

라제기 2023. 12.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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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 '노량' 오늘 개봉
군선 1000척이 펼치는 해전 '장관'
"9년 새 발달 특수효과로 장면 연출 "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최후의 전투인 노량 해전을 스크린에 온전히 구현해내려 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명량’(2014)은 1,761만 명이 봤다. 역대 최고 관객이다. 속편 격인 ‘한산: 용의 출현’(2022)은 726만 명이 봤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극장 관객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거둔 흥행 성과였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20일 개봉)는 어떤 만듦새이고,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까.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 해전(1598년 12월 16일)을 담고 있다. 왜선 450척가량이 격파된, 임진왜란(1592~1598) 최후의 싸움이었다. 영화는 153분 중 100분을 전투 장면에 할애하며 425년 전 남해 겨울 밤바다의 승전을 온전히 전하려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철군을 결정한 왜군의 퇴로를 열어 주려는 명나라 장수 진린(정재영)과 이순신(김윤석) 장군의 갈등, 진린에게 뇌물을 바쳐 조선·명나라 연합군 사이 틈을 벌리려는 일본의 계략 등이 담겨 있기도 하다. 당시 한반도 정세를 함축하는 장면들이다.


1000여 척 군선의 대결 시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전투 장면은 강원 강릉시 강릉실내빙상장에 만든 세트에서 주로 촬영됐다. 물 위에서 찍지 않아 안정적으로 액션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투 장면들이 아찔하다. 1,000여 척의 군선이 진을 나눠 대결을 펼치는 모습만으로 장이다. 적진을 헤집는 거북선의 활약, 군선을 오가는 병사들의 백병전만으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기 쉽지 않다. 한국 영화가 도달한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새벽안개를 활용해 왜선을 궁지로 몰아넣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 조선 수군의 포위를 뚫으려는 왜군의 모습 등이 흥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북채를 휘두르며 전투를 독려하다 흉탄을 맞고 쓰러진 이순신 장군이 “나의 죽음을 내지 말라”라는 말을 남기는 모습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노량’의 볼거리에는 ‘명량’ 이후 발달한 특수효과의 힘이 작용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은 “‘노량’에서 보는 액션들은 ‘명량’ 제작 당시에는 불가능했던 장면들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밤에 벌어지는 해전 장면은 ‘명량’을 만들 때는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기술적으로도 부족했고, 자본적으로도 부족했으며 노하우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함대와 함대가 얽히고설켜 부딪히는 장면 등 ‘명량’과 ‘한산’을 거치면서 ‘노량’에서 비로소 가능해진 점이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노량’ 제작비는 346억 원이다. 마케팅 비용 등이 더해지면 4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명량’ 제작비는 190억 원이었다.

‘한산’과 마찬가지로 ‘노량’의 해전 장면 대부분은 2018년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강원 강릉시 강릉실내빙상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실제 판옥선 크기의 배에서 전투 모습들을 재현해냈다. 김 감독은 “세트 내 LED 조명을 이용해 밤과 낮 장면을 1분 만에 전환해서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 위에서 찍지 않고도 바다 장면을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력은 우리 팀이 (국내) 최고일 것”이라며 “가진 기술력을 ‘노량’에서 원 없이 보여주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명한 장군' 이순신 면모 담으려고 해"

김한민 감독은 "기획 기간까지 포함해 이순신 3부작을 완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노량: 죽음의 바다'를 개봉할 수 있게 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노량'에선 이순신 장군을 김윤석이 연기했다. 그는 몸을 바쳐 난세를 극복하려 한 이순신 장군을 슬픔 어린 눈빛과 단호한 얼굴 표정으로 표현해낸다. 김 감독은 “현장(현명한 장수) 이순신 장군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캐스팅”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민식을 통해 용장, 박해일을 통해서는 지장으로서 이순신 장군 모습을 각각 보여주려 했었다”며 “김윤석은 아들 면을 왜군에게 잃고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장군의 고뇌를 잘 표현해낼 배우로 여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차기작으로 드라마 ‘7년의 전쟁’을 준비 중이다. 7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임진왜란을 또 배경 삼아 이야기를 펼친다. 김 감독은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덕형(1561~1613)을 중심으로 임진왜란을 전반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임진왜란을 주목하는 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이 남달라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일본이 강화협상을 할 때 조선을 할지(땅을 나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며 “협상이 그대로 진행됐으면 경기 이북은 명나라 영향권, 이남은 일본의 지배에 놓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언제든 강대국에 의해 분할 통치될 수 있는 슬픈 상황에 있다”며 “(명 장수 진린과 달리) 적을 끝까지 쫓아가 격퇴하려 했던 이순신 장군의 면모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량' 예매 관객 수는 32만여 명(오전 7시 기준)이다. '명량'의 예매 관객 수는 26만여 명, '한산'은 31만여 명이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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