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10대 연인 잡는 데 사흘…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요?

김지성 기자, 이지현 기자 2023. 12. 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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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발생 나흘째인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복구 작업을 위한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2023.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해 훼손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이 지난 19일 모두 검거됐다. 최초 담벼락을 훼손한 것이 확인된지 사흘 만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범죄의 미성년 피의자를 검거하기까지 이같은 기간이 소요된 데 대해 경찰의 수사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CCTV(폐쇄회로TV)분석과, 체포 과정의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간 소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오후 7시8분쯤 서울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에 낙서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군(17)을 경기 수원시 소재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같은 날 오후 7시25분쯤 인근 주거지에서 여성 피의자 B양(16)도 검거했다.

체포 당시 A군과 B양은 각자의 집에서 쉬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고 현장에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서로 연인 사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불상자가 지정한 장소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고 범행 전 5만원씩 두차례 총 1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범행 이후 검거까지 사흘이 걸렸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한복판, 상징적인 문화유산을 두고 벌어진 범행인 데다 청와대 영빈관 등과도 가까워 주변에 CCTV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 담당서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CCTV 화질이 균일하지 않았던 점 등 사정으로 (피의자의) 동선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혹시 모를 오인 체포를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교차 검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 부득이 (체포가) 지연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경복궁 낙서테러 용의자 10대 남녀가 19일 수원에서 체포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3.12.19.


일선 경찰서 경찰관들도 CCTV 확보와 분석, 용의자 추적, 증거 교차검증까지 용의자 특정, 체포를 위한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된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이 벌어진 경복궁에는 CCTV가 400여개 설치돼 있지만 범행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범행 현장 주변에 있는 가게 등에 설치된 CCTV를 보여달라고 일일이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A경정은 "CCTV 화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용의자를) 잡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경찰관 20~30명이 CCTV에 달라붙어 중노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경찰이라고 해서 (가게 등에 설치된) CCTV를 다 보여주는 건 아니고 읍소에 가까운 설득을 해야 겨우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자칫 다른 사람을 체포하면 인권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경찰이 각별히 신중을 기한 이유다. 국민적 이목이 쏠린 경우 경찰 입장에서도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A경정은 "주택 등 한 장소로 들어가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지만 넓은 길로 들어가면 어려워진다"며 "자칫 엉뚱한 사람을 잡으면 인권 문제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 B경정도 "오인 체포하면 인권 침해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경찰도 부담이 있다"며 "CCTV 등을 토대로 추적하면서 (용의자와) 비슷한 사람의 행적 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앞서 범인이 맞는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를 특정한 뒤에도 기존에 확인한 CCTV를 사설 CCTV 등에 대조에 교차 확인하고 기타 행적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검증한 뒤에야 체포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B경정은 "택시를 탔다면 택시 번호를 조회해 운행 기록을 살피고, 카드를 썼다면 카드를 조회해 명의인을 확인한다"며 "계속해서 공통분모를 확인해 이 사람이 정확히 용의자라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사건 발생, 수사, 검거 이렇게 세 단어로 얘기하지만 그 과정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피의자가 특정된 상태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바닷물 속 바늘을 찾듯 하는 건 업무 강도가 다르다. 시민들은 '경찰이 왜 못 잡냐'고 얘기하지만 객관적 증거에 의해 정확한 범인을 체포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가 이틀째 이어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위해 가림막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편 A군과 B양의 낙서 이튿날 모방 범행을 벌인 C씨(20대)는 범행 이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8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C씨는 "경찰에 발각된 것 같아 자진 출석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C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팬심으로 특정 가수와 앨범을 적었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군, B양, C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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