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끈질기게 고수하는 일본, 내년에는 내려놓을까

박용하 기자 2023. 12.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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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9일 도쿄 BOJ 본부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이 그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속해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향후에도 당분간 유지키로 하면서, 일본 안팎에서는 당국이 언제쯤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내려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앞서 지난 18~19일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키로 결정했다.

앞서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2016년 1월부터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는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민간 금융기관들이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지 않고, 기업 등에 대출로 돌려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였다.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소비를 증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나홀로’ 금융완화가 계속되며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벌어졌고, 이는 엔·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이어져 기록적인 엔저 현상을 가져왔다. 고유가를 동반한 엔저는 수입물가만 상승시켜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일본은행의 이번 회의를 앞두고 당국이 조만간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 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음에도, 임금 인상까지 수반하는 안정적인 상승에는 이르지 않았다며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강해지고 있는지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기조 전환에 신중론을 고수했다.

다만 우에다 총리는 내년 1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가능성은 열어두기도 했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향후 당국이 기조를 전환하는 시점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현재 일선 금융기관들이 예금 금리를 이미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1월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될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1월이 아니라면 임금인상 추세를 볼 수 있는 ‘춘투’ 결과가 나올 4월쯤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향후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면 세계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역사적인 엔저 시대는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또 초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곳곳에 투자해 온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귀환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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