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마약, 누가 얼마나 맞았나…'경찰 추락사' 모임 수사 난항

정세진 기자 2023. 12.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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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현장에 함께 있던 모임 참석자를 상대로 한 신종 마약류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1심 재판에서 모임 주최자에 대해 구형까지 이뤄졌지만 여전히 참석자 25명 가운데 18명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27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열린 모임의 참석자 25명 중 사망한 경찰관을 제외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6명뿐이다. 기소된 6명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에 대해서는 아직 마약류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마약류 감정을 위해서는 대조군이 필요한데 경찰과 검찰은 해당 모임의 참석자들이 투약한 것으로 의심하는 신종 마약의 샘플을 미국에서 입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추락사 모임 참석자 25명 중에서 6명을 기소했고 나머지는 수사 중"이라며 "신종 마약류 감정 관련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미 기소된 이들의 재판 과정에서도 신종 마약류 검출과 관련한 어려움이 드러났다. 재판에서 모임 주도자인 이모씨(31) 변호인이 신종 마약을 투약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검찰은 사건 당일인 지난 8월27일 정모씨(45) 집에서 열린 생일파티에 참석한 25명이 엑스터시, 케타민, 필로폰(메스암페타민) 등과 플루오르-2-오소(Oxo) PCE, 4-메틸메스케치논 등 신종 마약 2종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정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마약류를 구매해 모임 참석자 명단을 만든 혐의를 받는 이씨에겐 징역 8년을, 모임 장소가 된 아파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정씨에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날 이씨 변호인은 이씨가 마약을 구매한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했으나 숨진 경찰관 A씨의 자택에서 확보된 증거물에서 신종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을 들어 이씨가 아닌 숨진 경찰관이 신종 마약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자체에 이씨가 매수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은 수량과 금액이 있는데 신종 마약은 불상량으로 돼 있다"며 "앞서 피고인 5명이 기소됐는데 (신종 마약의)검출양이 다 다르다"고 했다.

이어 "누군 나오고 누군 안 나오고, 약물검사 결과를 인정하는 피고인과 안 하는 피고인이 있는데 극단적 선택한 고인이 (신종 마약을)가져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 등은) 시중에서 이걸 뭐라 부르는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투약한 사람들도 따로 이것을 투약한다는 인식은 없었거나 너무 희박해서 고의성을 부인하는 취지에서 공소사실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은 숨진 경찰관의 집에서 신종 마약류를 발견했다. 참석자들은 해당 마약을 투약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케타민, 엑스터시 등 다른 종류의 마약을 투약하면서 신종 마약 성분이 섞여서 검출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종 마약류에 대한 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도경찰청 마약범죄수사관은 "외국에서 인기 있는 신종 마약류를 국내로 반입할 때 화학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검출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마약 성분이 신체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해당 모임에 참석했던 헬스트레이너 정모씨(39)와 김모씨(31), 대학생 김모씨(34), 회사원 김모씨(30) 등에 대한 첫 공판도 따로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에게선 케타민과 엑스터시에 더해 모임 파티 참석자들에게선 검출되지 않은 필로폰이 검출됐다. 이들은 케타민, 엑스터시 등에 대한 투약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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