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팬오션,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에 주가 연일 약세···하림은 이틀 연속 상한가
HMM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 팬오션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팬오션이 HMM 인수 자금을 대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하림그룹의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팬오션은 전날보다 95원(2.32%) 하락한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팬오션은 전날에도 10.10% 하락 마감했다.
이는 코스닥시장에서 하림이 초강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하림은 전날 29.95% 상승한 것에 이어 이날도 29.93% 오른 4905원을 기록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하림지주도 전날과 이날 각각 14.14%, 10.14% 상승했다. 하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HMM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림그룹이 재계 13위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팬오션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팬오션이 HMM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난 18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림이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승자의 저주’ 여부를 가를 가장 큰 관심사인데, 팬오션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2조원 수준인데,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으로 이어져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가도 하림그룹이 인수 금액 6조4000억원 중 2조~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 가운데 2조~3조원은 팬오션의 유상증자로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팬오션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거래소가 ‘3조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팬오션은 “공시 시점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이번 거래 계약 체결을 전제로 당사의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가능성에 팬오션의 목표주가를 내려잡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오션 목표주가를 7000원에서 4500원으로 하향하며 “팬오션이 HMM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영구채 발행 및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인수희망가액 6조4000억원 중 약 3조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금융과 JKL파트너스의 부담금 7000억원을 제외한 금액은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라며 “팬오션이 영구채, 자체보유현금,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림그룹은 HMM 인수에 대해 글로벌 화주들의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규모의 경제로 유류비 등 비용을 줄이는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팬오션 주가는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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