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SM엔터 주식매입 시 “시세조종 안 걸리게 하라” 지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왼쪽)과 SM엔터테인먼트 로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임원들의 공소사실이 알려졌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금융조사2부(박건영 부장검사)는 지난달 13일 배재현 카카오 대표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경영쇄신위원장과 공모했다는 혐의는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김범수 창업주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고정 멤버로 참여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김기홍 전 재무 그룹장(CFO), 권대열 정책센터장, 송지호 전 크러스트 대표를 비롯해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 등과 함께 SM엔터엔터테인먼트 인수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재무 상황이 악화돼 IPO(기업 상장) 추진이 어려워지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타개책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에 대해 카카오와 하이브간의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승기를 잡자 카카오는 결국 시세조종 등의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배재현 대표 등은 하이브 공개 매수 마감일인 28일 오전부터 투자전략실 직원에게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빨리 매입하라’ 등의 지시를 했고 주가가 오르지 않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금도 투입했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회사 자금 490억원을 투입했고 증권사 직원에게 ‘시세조종으로 발각되지 않도록 시세대로 받쳐가면서 사라’ ‘가격을 올려도 상관 없는데 시세조종 이슈만 안 걸리면 되니 (매도)호가 나오는 것을 소진하라’ 등 지시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배재현 대표 등이 550여 차례에 걸쳐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 매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재현 대표 등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배재현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검찰의 이와 같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배재현 대표 법률대리인은 “카카오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것이 아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 장점이 IP(지식재산권) 컨텐트 보유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면 K팝 사업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업성 판단”이라며 “경쟁적 M&A 상황에서 지분 매입을 정상적으로 한 것에 검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배재현 대표와 카카오에 대한 다음 공판은 2024년 1월 9일 오후 4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