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집배원 3代

25일까지 연극 '우정만리'
독립운동·해방·전쟁 등 녹여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일제강점기 유행한 대중가요 '희망가')

3대에 걸쳐 집배원을 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간 가족 이야기가 3부작 연극으로 펼쳐진다.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창작 연극 '우정만리'가 이달 25일까지 서울 동숭동 극장 공간아울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전체 3부작 중 1부에 해당한다. 2부는 내년, 3부는 후년에 공개된다. 연극은 벙거지꾼(우편배달부의 옛 이름)인 1884년생 김계동과 그의 아들이자 체신국(우편 업무를 하던 조선총독부 기관) 관리자인 수혁, 수혁의 딸인 우정집배원 혜주의 이야기를 다룬다.

3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간 한국 민중의 삶이다. 계동은 수혁에게 장난 삼아 숫자로 편지를 썼다가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아 고문을 받고, 체신 기술자인 수혁은 6·25전쟁 중 납북된다. 1951년생 혜주는 평생 아버지와 할아버지 얼굴을 못 봤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작품을 쓴 이대영 극작가(중앙대 예술대학원장)는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진 오닐의 3부작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1997년 연출한 적이 있다"며 "6·25전쟁을 배경으로 3부작을 쓰고 싶었고 독립운동과 광복,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친 격동의 시대를 집배원 3대 가족의 삶에 녹여 넣었다"고 밝혔다.

연극은 편지를 모티브 삼아 3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2000년대 어느 날, 퇴임을 앞둔 집배원 혜주는 가방에서 수취인에 아버지 김수혁, 발신인에 할아버지 김계동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 인천으로 떠난다.

이일섭·정운봉·권혁풍·이금주·한기중 배우가 열연하고, 분장에 박팔영, 조명 디자인에 김종호가 참여한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