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대한 탐구…mM아트센터 '제4의 벽' [전시리뷰]
미술은 비가시적인 모든 것을 가시화 하는 힘을 지녔다. 누군가의 마음을 직접 관찰할 순 없지만 미술은 그림을 매개로 작가의 생각은 물론 고뇌와 소망과 같은 감정을 드러낸다. 그림이란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개인 내면의 오롯한 표현이자 원형적 상징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지난 19일 mM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기획초대전 ‘제4의 벽’은 작가로서 박신양의 내면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제4의 벽’은 연극 용어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놓인 가상의 벽이다. 관객과 배우 사이에 놓인 투명한 벽을 전제해 서로 볼 수 있지만 간섭하지 않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전시실 ‘천장’을 제4의 벽으로 사용한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곧장 계단으로 2전시실로 향하게 된다.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구현한 1전시실은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1전시실의 천장이 곧 제4의 벽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거나 쉬는 모든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 전시 공간은 물론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2전시실엔 그리움을 주제로 한 그의 연작이 걸렸다. 그는 구상이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구상이 추상으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관람객은 그가 대상의 해체 속에서 고찰하고자 한 원형적 그리움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박 작가는 그리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친구가 그리워 친구를 그리는데, 왜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그림은 도대체 어떻게 그려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쳤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대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리움은 해결되는 것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원래 있었다는 확신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과 연작은 그가 두봉 주교에게 받은 사과를 그린 작품이다. 사과의 내·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색마저 바뀌는 변화의 과정을 통해 사과에 담긴 원형적 그리움은 두봉 주교를 만났을 당시 받은 떨림과 감동이었음이 강조된다.
당나귀 연작도 마찬가지다. 짐꾼으로서의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잔꾀를 부리지 않고 짐을 짊어지는 당나귀의 모습은 오히려 형태가 사라지고 추상화할수록 더욱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3전시실에는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작품 활동에 사용한 종이 팔레트가 전시됐다. 아무 의도 없이 짠 물감의 형태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을 발견하고 적은 그의 메모도 함께 적혀 있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상도 상영된다.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공간에선 김동훈 철학자,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영운 총괄디렉터, 최승일 관장이 각각 작품 해설, 기획의도, 전시 공간을 설명하는 인터뷰 영상이 재생된다. 전시실3에선 박 작가가 김동훈 철학자와의 대담으로 작품의 동기 등을 밝힌 9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상이 상영된다.
내년 2월말엔 박 작가의 작품을 응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김영운 총괄디렉터는 “박 작가는 전시장에 구현된 작업실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반복된 행위를 연출하며 관람객을 마주한다”며 “작업실과 관람객 사이의 제4의 벽을 두고 매일 다른 전시가 연출되고 중첩되면서 전시가 종료되는 마지막 날에 비로소 전시가 완성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4월30일까지.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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