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긴장 늦추기 이르다…‘마지막 여정’ 쉽지 않을 수도”

2023. 12. 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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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물가 관리 부분 다시 반영돼 둔화 더뎌”
“파월 의장, 금리 인하 논의 본격화한 것 아냐”
“미국 긴축 멈춰 독립적으로 통화정책 가능”
[한국은행 제공]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last mile’(마지막 여정)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이 대부분 인플레이션 수준이 크게 완화되고 있지만, 둔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목표 수준인 2%까지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 또한 물가 전망을 낮추고 추가 긴축 의지는 거두면서도 인플레이션 상황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때 정부 주도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억눌러 물가가 다른 나라만큼 오르지 않은 부분이 ‘부메랑’으로 지적됐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한 물음에 “(물가 관리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등 긍정적 효과는 있었지만 공짜는 없는 것”이라며 “그것이 다시 물가에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더뎌지는 측면이 있다. 이것이 바로 물가를 다듬질(smoothing)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도 논의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를 반영해 시장이 완화된 것이 과도한 것인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빨라지는 것인지 물음이 이어졌다.

이 총재는 “지금 미국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며 “제 생각엔 파월 총재의 언급은 금리를 더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에서 오래가면 긴축적인 효과를 낼 것이란 의미”라며 “시장이 과잉 반응을 하고 있는지도 지켜봐야 하는데, (연준이)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갑작스럽게 발언 기조를 바꾼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자주 봐서 그런 것인지 시장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입장이) 크게 변화한 것 같지 않다”며 “물론 비둘기적으로 보였던 것은 있지만,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이 더는 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해 금융시장이 안정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을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이나 자본 등 제약조건 하나가 풀렸다”며 “독립적으로 통화정책할 수 있어 (미국 금리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보다 좋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이날 한 해를 되돌아보며 한은의 물가 정책에 대한 자평을 남기기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국내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일관되게 같은 방향으로 (긴축적으로) 가는 점에 대해 많은 부러움을 받았다”며 “지난해 10월 금융 불안정이 있었을 때 미시적인 조치를 취한 점, 환율이 불안정할 때 국내에선 왜 스왑을 받지 않느냐고 했지만 바깥에서는 환율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한 해 저희가 지금까지는 경기와 물가, 금융시장 상황을 조화롭게 유지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호평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더 빨리 내릴 수 없는 이유도 짚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 점도표대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도 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 합리적인가’라는 물음에 “첫째 이유는 변동금리 구조의 큰 차이가 있어 (금리 인하)의 충격이 다르다”며 “두 번째는 유가가 올라가면 얼마나 인플레이션에 반영됐는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어떤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입장에선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딘 데다 두 나라의 경제 구조가 달라 단순히 (금리를) 높여야 하거나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해 이 총재는 “개별 기업에 대한 언급은 어렵지만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질서 있게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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