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조하기

장윤서 기자 2023. 12.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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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同調) 현상은 인류의 기원만큼이나 오래됐다.

사람들이 동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건강이나 투자, 법률, 경제 등 정보가 부족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와 관련해서 타인의 판단이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전에 없던 동조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사람들이 특정한 성향을 보일 때도 우리는 그들에게 동조하거나, 적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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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 선스타인 “동조 긍정적 측면 있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소중한 것 파괴할 수 있어”
동조하기./열린책들

동조(同調) 현상은 인류의 기원만큼이나 오래됐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유독 신경 쓴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동조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동조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소중한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제한된 논의의 근거들로 인해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저자는 극심한 분열의 시대에 동조의 집단 극화 현상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반대편의 입장을 묵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로 명성을 얻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가 신간 ‘동조하기’를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종교와 정치적 신념, 인종과 민족, 성별로 가르며 분열된 사회에서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로 동조를 꼽으며, 이러한 맹목적인 동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할까. 사람들이 동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건강이나 투자, 법률, 경제 등 정보가 부족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와 관련해서 타인의 판단이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관점에서 동조는 대개 이성적인 행동의 과정이지만, 우리 모두가 또는 대다수가 동조하고 획일적인 사고를 할 때 사회는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전에 없던 동조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X(구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좋아요’를 아무 생각 없이 누를 때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사람들이 특정한 성향을 보일 때도 우리는 그들에게 동조하거나, 적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전 세계가 우리의 손안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가짜소식과 진짜소식을 구분하기란 어렵다. 페이스북과 X는 유해한 거짓말이 빠르게 유포되지 못하도록 고안된 다양한 계획을 실험하고 있다. 저자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쉽게 동조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을 따를지를 결정하기 전에 상당한 선행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한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동조의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많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진위 여부와 관련없이 자신의 생각을 억압하고 있으며, 이런 억압이 사회에 중대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2장에서는 폭포 현상을 소개한다. 폭포 현상으로 하나의 생각이나 관행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잠재적으로 급진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3장에서는 집단 극화에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이 어떻게, 왜, 어떤 상황에서 극단으로 가는지 살펴본다. 4장에서는 법과 제도를 탐구한다.

저자는 정보적 폭포 현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각 구성원의 개인적인 정보가 집단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수많은 조직과 정부 기관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반대자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때 어떻게 반대에 뒤따르는 비용을 덜어 주거나 보상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정치, 법,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가장 현명한 결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스 R. 선스타인 지음ㅣ고기탁 옮김ㅣ열린책들ㅣ25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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