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아껴쓰면 안 된다”… 與 ‘한동훈 비대위’ 사실상 확정
윤재옥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 마무리”
국민의힘 원로들이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사실상 ‘한동훈 비대위’가 확정된 것이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대안으로 거론됐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침묵하거나 고사하면서 이른바 ‘한동훈 비토론’이 잦아든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지도부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약 1시간 40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윤 권한대행과 이만희 사무총장,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장동혁 원내대변인, 김민수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상임고문단에는 신영균 명예회장을 포함해 황우여·문희·최병국·신경식·목요상·김종하·김동욱·김용갑·이윤성·나오연·유흥수·유준상·권철현 고문 등이 함께 자리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원로들 대다수가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를 마친 직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 상임고문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 장관도) 등판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지,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무엇하나.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좋은 인재를 아껴 쓰려다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한 장관에 대해 “훌륭한 국민의힘 자산인데 조기에 등판해서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며 “당에서 결정하고 윤 대통령도 한 장관과 호흡이 맞는다면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일부 원로들은 한 장관이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고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그 의견들이 ‘한동훈 절대 불가론’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한 장관의 정치권 등판이) ‘검찰 독재’,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 일반 서민 대중들의 편인 느낌을 줄 수 있겠냐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 장관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게 실수일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안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유흥수 상임고문도 “걱정하는 얘기가 있긴 했다”면서도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마당에 경험이 그리 중요한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실상 비대위원장 인선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당내 ‘한동훈 비토론’이 잦아들면서 당 원로 정치인들도 ‘한동훈 비대위’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전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에 대해 의지를 드러내는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아바타’, ‘부족한 정치 경험’ 지적에 적극 반박하면서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비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 있음을 은근히 표낸 것이다.
여기에 김한길 위원장, 원희룡 장관 등이 ‘비대위원장직’에 침묵하거나 고사하면서 한 장관을 반대할 명분도 없어졌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직을 고려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로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오늘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은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제 여러 고민과 숙고를 해 판단하겠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되고 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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