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국민연금 놓치면 어쩌나…속타는 증권사 연봉킹들

홍순빈 기자 2023. 12. 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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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2023.6.12/뉴스1


연말이 다가왔지만 증권사들은 좌불안석이다. 내년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명단에서 제외될까 걱정한다. 법인·리서치 부문의 존폐가 걸린 만큼 국민연금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증권사들의 총력을 기울인 결과가 조만간 발표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선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이번부터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선정 갯수를 기존 36개에서 26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1등급 8개사, 2등급 12개사, 3등급 16개사에서 1등급 6개사, 2등급 8개사, 3등급 12개사로 각각 줄인다. 사이버 거래 증권사는 7개사에서 6개사, 인덱스 거래 증권사는 18개사에서 15개사로 줄인다. 등급이 높을수록 국민연금의 거래 약정액이 크고 수수료가 높다.

지난해 말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인·리서치 부문을 전격 해체하면서부터 국민연금은 국내외 증권사 법인·리서치 부문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국내 주식 종목 120개 이상을 분석해야하는 등 정량적 기준에 못 미치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문제가 지적됐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전 증권사 법인·리서치 부문의 역량과 책임투자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하반기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1등급엔 모두 국내 증권사가 차지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8개사다. 상반기 골드만삭스, HSBC(홍콩상하이증권), 모간스탠리가 1등급을 받았지만 하반기엔 밀려났다.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주식운용, 운용전략, 수탁자 책임 등의 배점을 20점에서 15점으로 낮춘 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배점을 높였다.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 관련 배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높였고 ESG 관련 보고서 발간 횟수를 평가를 평가하는 책임투자보고서 배점도 2점에서 4점으로 높였다.

올해 6월부터는 재무안정성 평가 항목에 조정유동성비율이 추가됐다. 조정유동성비율이란 증권사의 유동성 계량 지표 중 하나로 유동성 자산을 유동성 부채와 채무보증 잔액의 합을 나타낸다. 배점이 2점밖에 안 되지만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뉴스1 제공


증권사들은 국민연금의 발표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지 않으면 증권사 법인·리서치 부문의 거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등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에서 얻는 수수료 수익이 증권사 법인·리서치 부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어 그간 증권사들은 여기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9월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규모는 137조4000억원으로 3분기까지 국내 주식 수익률(13.43%)을 감안하면 수익금은 약 17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국내 제1의 기관투자자인 만큼 대표성을 갖고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선정 결과를 참고해 향후 거래 증권사를 바꿀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소형사,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진다.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ESG, 책임투자 등의 평가항목들이 대형 증권사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대형 증권사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상반기 2등급을 받았지만 하반기 3등급으로 미끄러졌다. 법인· 리서치 부문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명단에서 제외되면 케이프투자증권의 사례처럼 중소형사들은 법인·리서치 부문을 폐지 혹은 축소시킬까 우려하고 있다"며 "외국계 및 대형 증권사들도 이번 명단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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