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최민식·박해일과 동병상련 느낌으로 이순신에 매달려"[인터뷰]①

김보영 2023. 12.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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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 배짱·끈기 대단…이순신의 모든 것 알아"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노량’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에서 최후의 이순신을 연기한 소감과 성웅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느낀 깨달음, 앞서 이순신 역할로 활약한 최민식, 박해일에게 느낀 동질감 등을 털어놨다.

김윤석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일인 오늘 개봉한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을 거쳐 10년 만에 완성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노량’에선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에 이어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의 말년과 최후를 입체감있게 표현했다. 김윤석과 김한민 감독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

김윤석은 마침내 ‘노량’이 개봉한 소감에 대해 “2년이 넘었다. 드디어 개봉하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다”라며 “여름에 개봉하느냐 겨울에 개봉하느냐 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3부작의 마지막이고 노량해전은 겨울에 일어났던 전쟁이다. 그 전에 명량과 한산은 여름 전쟁이었다. 겨울 전쟁이었던 만큼 그에 맞게 겨울에 개봉하고 싶었다. 그리고 장군님이 돌아가신 날 며칠 차이로 개봉하게 됐다. 감개무량한 마음도 있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노량’은 개봉일 예매량이 32만 장을 돌파, 전작들을 뛰어넘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예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의 첫 축포를 터뜨렸다. 김윤석은 “예매율이 1위라곤 하지만 그거갖고 막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듯하다. 앞으로의 추이를 보고 좀 더 성원이 있어준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소망을 밝혔다.

2014년 개봉한 최민식 주연의 첫 작품 ‘명량’을 시작으로 피날레인 ‘노량’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하나의 시리즈 주인공에 세 명의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시도였다. 특히 첫 작품인 ‘명량’은 당시 1700만 관객들을 ‘국뽕’ 열기에 빠뜨리며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도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집결시켰다. 두 작품 연속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만큼, 유종의 미를 장식할 ‘노량’에 쏠린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김윤석은 처음 시나리오를 제안받았을 당시를 “명량과 한산이 나왔을 때 ‘아 이 사람(김한민 감독)이 노량까지 가겠구나’ 이 생이 들었다. 처음엔 ‘명량’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어코 ‘한산’을 만들어냈다. ‘노량’은 특히 장군님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해전이었다. 그 대본이 나에게 왔을 때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호기심이 컸다”고 기억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봤는데 역시나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명량은 명량, 한산은 한산이고, 노량은 노량이기 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의미다”라며 “명의 입장이 있다. 이때부터 드디어 명나라가 나오기 시작해서 삼국(조선, 명, 왜군)의 관계가 중요했다. 시나리오에서 드러난 드라마의 밀도가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성웅 이순신의 못지 않게 시나리오와 시리즈 자체가 가진 무게와 부담감도 컸다. 김윤석은 “앞서 두 분(최민식, 박해일)이 훌륭히 작품을 해주셨지만 더 중요한 건 이순신 장군님 자체다. 두 배우님과 저는 똑같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 앞에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심전심으로 수고가 많다 서로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재영 등 ‘노량’을 함께한 배우들은 현장에서 고뇌에 빠져있던 김윤석의 자태가 이순신 장군의 모습 자체였다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다만 김윤석은 이에 대해 “아군이라고 고맙게 말씀해주신 거 같다. 부끄럽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님은 워낙에 말수가 적고 감정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은 빡세고 즐거웠지만 이전에 참여한 영화에서처럼 동료들과 담소를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다. 워낙 비장한 장면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10년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이끌며 누구보다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친 김한민 감독에 대한 신뢰가 출연하기로 결심을 굳힌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로 러브레터를 보내셨다. 제가 읽어보고 감독님과 만나 하루동안 시나리오 전체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며 “이 시나리오의 모든 글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왜 이 장면을 넣었고 이런 것들을 쫙 설명해주셨다. 우선 제가 그 자리에 나갔다는 것은 글만 보고도 이 작품에 매력을 느낀 거다. 그러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브리핑을 듣고 나니 모든 취지에 충분히 공감됐다. 그때부터 남은 건 둘이 함께 오로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을 믿고 ‘온전히 이순신 월드에 자신을 맡기겠다’고 선언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김윤석은 그 이유를 묻자 “브리핑을 들은 후 대한민국에서 이순신에 대해 김한민 감독만큼 아는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 장군님의 가족부터 부하 장수들의 가족들까지 다 알고 있더라. 또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 VFX가 들어간다. 사전에 CG팀부터 촬영, 조명, 감독까지 완벽히 서로 합의 하에 그렇게 큰 사이즈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모든 절차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그 계산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일 사람에게 배우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당신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현명한 촬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영화 ‘미성년’으로 장편 영화 연출 경험이 있다. 연출을 해본 감독의 입장에서도 김한민 감독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윤석은 “정말 배짱 좋다. 지그시 기다리며 하나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역시나 저 사람은 진짜 굉장히 대단한 감독 중 한 사람이구나 생각한다”며 “화살 쏘는 모양 하나까지 급한 와중에도 차분히 이야기하고 뜯어고치면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봤다. 사실 영화를 찍다 보면 압박이 온다. 촬영일수에 대한 압박도 오고. 그런 압박들을 버텨내면서 원하는 걸 이루어나간다는 게 대단하다. 끈기는 감독이 가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데 이를 지녔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한편 ‘노량’은 20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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