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2% 물가 목표까지 마지막 걸음 오래 걸릴 수도"

박슬기 기자 2023. 12. 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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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사진 왼쪽) 한은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2.3%까지 하락한 이후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올랐고 지난달(3.3%)에도 3%대를 지속했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까지 도달하기엔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달성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도 금리 인상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는 아직 이르다"고 경계했다.

이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 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상·하반기, 2025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전망치로 각각 3.0%(근원물가 2.6%), 2.3%(2.1%), 2.1%(2.0%를 제시했다.

한은은 "물가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향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점도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가에서 가장 큰 변수는 유가다. 비(非)OPEC(석유수출국기구)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추가 감산과 지정학적 정세 불안 등으로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상 악화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할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이외에 누적된 비용 압력 탓에 주류, 대중교통요금, 여행·숙박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등 근원상품 가격(에너지·식료품 제외) 둔화세가 주요국 대비 뚜렷하지 않단 점도 물가 상방 요인로 지목됐다.

한은은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도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이 총재의 발언 직후 "흔히 마라톤에서 라스트 마일이 굉장히 어렵다고들 한다"며 "거리로 보면 물가 목표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각국 중앙은행 전망에 따르면 상당히 비례해서 짧을 것 같진 않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부장은 "물가가 언제 목표에 도달할지를 묻는다면 모른다는 것이 솔직한 답이지만 지난 11월 경제전망 당시의 전제 아래에선 내년 연말이나 2025년 초반 또는 상반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남은 거리만 보면 라스트 마일이 얼마 안 남았으나 걸리는 시간으로 보면 사실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며 "그래서 지금 해외 언론이 라스트 마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앞으로의 힘든 상황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는 미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는 건 아니라는 확신이 자리잡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고 그에 따라 통화정책을 하는 데 있어 환율이나 자본이동 등의 제약조건 하나가 풀렸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는 시사점이 중요하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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