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왕’ 공도연 할머니의 마지막 봉사···시신도 기증하고 떠났다
시신은 의대 해부학 연구에 활용
문 정부 땐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경남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가 82세의 일기로 시신을 기증한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령군은 공도연 할머니가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자녀가 있는 창원에서 할머니 장례를 치렀기에 별세 소식이 늦게 알려졌다.
공 할머니는 30대부터 별세 직전까지 약 50년 세월 동안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베푸는 삶을 실천하고자 했고, 생전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했다.
자녀들은 할머니의 유지에 따라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보냈다. 할머니 시신은 해부학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별세한 할머니 남편인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도 같은 곳에 기증됐다. 부부는 현재 병원 냉동고에서 마지막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꽃다운 17살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한 공 할머니는 ‘밥 동냥’을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지만 부지런히 일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떠 내다 팔았다. 그렇게 알뜰히 모은 돈으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1000평의 논을 사들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공 할머니는 형편이 나아져 주변에서 ‘부잣집’ 소리도 듣기 시작한 30대에 사회활동과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1970년대 초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마을 주민들을 독려해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 등으로 마을 수입을 늘려갔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마을 주민들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1976년 당시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했다. 매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 지원을 지원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도 돈을 보탰다.
공 할머니는 1999년부터 빼곡히 써 내려온 봉사 일기에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이 차에서 내려도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공 할머니는 새마을부녀회장 등 사회단체장을 다수 맡아 동네 여성들을 모아 한글을 깨치게 하고,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일화도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35㎏의 작은 몸으로 손수레를 끌면서 나물을 내다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기부했다.
이런 선행과 공적으로 공 할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관련 표창·훈장만 60번 넘게 받았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장녀 박은숙씨(61)는 “봉사는 엄마에게 삶의 낙이었다”며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어서 모셔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군민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 “죽어서도 큰일을 하는 진정한 어른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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