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목표 도달 위한 ‘마지막 걸음’ 쉽지 않을것”
”물가 상승률, 3.3%로 둔화됐지만 목표치 웃돌아”
美 금리 동결에 “환율 제약 풀려… 국내 요인 집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물가 상승률을 목표수준(2%)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관련 기자 설명회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진단한 뒤 “작년 7월 6.3%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1월 중 3.3%로 크게 둔화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1월 4.2%에서 지난달 2.9%로 낮아졌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도 금리인상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은은 물가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향후 흐름의 불확실성 ▲생산성을 감안한 단위노동비용의 증가 ▲실제 물가보다 더딘 기대 인플레이션(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조정 속도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물가 둔화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또 실제 물가가 떨어지더라도 경제주체들이 기대하는 물가가 느리게 조정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폭도 작아진다.
이 총재는 “지난주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점도 ‘마지막 걸음’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미국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과)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방점을 둔 것은 현재의 수준이 긴축적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서 반응하는 만큼 예측 밖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물론 금리 인하 논의를 했다고 하는 바람에 시장의 해석이 달라졌지만,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환율의 불확실성이 걷히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제게 중요한 건 미국이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서 환율이라는 제약조건이 풀렸고, 국내 요인만 보면서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부문별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로 전망하는데, 이는 잠재성장률(노동·자본 등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인 2%에 가까운 수준”이라면서 “그러나 전자통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7%로 예상돼 부문별로 경제 회복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봐선 부양책이 필요 없지만, 부분적으로 고통을 받는 계층을 위한 부양책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연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 근원물가 상승률은 2.1%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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