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치' 삼킨 쿠팡, 신의 한 수 될까
국내 플랫폼과 협업한 이커머스에 앞서
국내 명품 시장 큰 손으로 성장 전망
쿠팡의 글로벌 1위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 인수로 이커머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G마켓,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들이 국내 명품 플랫폼과 제휴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과 달리, 쿠팡은 한 수 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명품 경쟁 끝낸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영향력 강화와 해외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쿠팡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고가·명품 라인업 부족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파페치는 지난해에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초대형 명품 플랫폼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전통의 명품 브랜드를 비롯, 40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신명품'으로 불리는 오프화이트도 파페치 산하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파페치의 럭셔리 역량이 쿠팡의 물류 역량과 합쳐지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당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명품 뷰티 제품 전문 서비스인 '로켓럭셔리'를 선보였다. 여기에서 파페치의 명품 제품들을 로켓 배송할 수 있다면 단숨에 시장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다.
최근 쿠팡이 집중하고 있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파페치는 큰 도움이 된다. 당장 파페치의 매출 3조원이 쿠팡의 품 안에 들어온다. 진출 국가만 190여 개에 달한다.
비상 걸린 이커머스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명품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와의 협업을 통해 명품에 관심이 많은 2030을 자사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다. 낮은 앱 유입률로 고민하고 있던 이커머스와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명품 플랫폼 간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양 업계간 협업은 활발하게 진행됐다.
G마켓과 옥션은 캐치패션과 손잡고 앱 내에 '캐치패션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SSG닷컴·롯데온도 캐치패션과 손잡고 명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는 자체 명품 서비스 '우아럭스'의 강화를 위해 트렌비를 선택했다.
하지만 쿠팡이 파페치를 품으면서 이커머스-명품 플랫폼의 합종연횡 전략이 맥을 못추게 됐다는 평가다. 제품 규모와 접근성 면에서 쿠팡-파페치 조합을 앞설 플랫폼은 없기 때문이다.
파페치가 글로벌 1위 플랫폼인데다, 1차 도매상(부띠끄)과 직접 거래한다. 모든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몇 차례 홍역을 겪었던 '가품 논란'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소비자 입장에서 외면하기 힘든 장점이다.
6500억 잘 썼나
쿠팡은 파페치 인수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했다. 인수 직전 파페치의 시가총액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물류센터 투자가 일단락되며 올해 사상 첫 흑자가 예상되는 시기에 또 한 번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올해 파페치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했던 온라인 명품 쇼핑 트렌드가 엔데믹 탓에 주춤하자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지난 2021년 초 23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기준 2억2700만 달러(약 2945억원)까지 추락했다. 올해 2분기까지 실적도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쿠팡의 파페치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딘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여력 둔화를 고려했을 때 파페치 사업이 빠른 시간 내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거나 쿠팡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파페치 인수는 쿠팡한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쿠팡의 파페치 인수가 또 하나의 저점매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은 지난 2020년 넷플릭스에 밀려 파산한 싱가포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훅디지털'을 인수해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당시엔 무리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현재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에 이은 국내 2위 OTT다.
파페치 역시 애프터 코로나 이슈로 몸값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인수에 성공했다. 국내 명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10%를 밑도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파페치 인수 역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지출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쿠팡 서비스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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