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이근휘, 한결같이 뜨거운 저격수
KCC 이지스는 KBL판 어벤져스로 불린다. 어벤져스는 여러 세계관에서 활약하던 주인공급 인물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악과 싸우는 스토리를 다룬 마블코믹스 원작의 만화작품이다. 이후 영화, 드라마 등으로도 만들어지며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KCC같은 경우 멤버 구성만 놓고보면 타팀들과 비교를 불허할 만큼 엄청나다.
기존 프랜차이즈 스타 송교창(27‧201.3cm)에 원주 아이돌로 불리던 DB소속 허웅(30‧185cm), SK 포워드 농구의 핵심 최준용(29‧200.2cm), 오리온(현 소노)을 상징하던 이승현(31‧197cm) 거기에 삼성에서 기량이 만개한 이호현(30‧182cm)까지…, 그야말로 국가대표팀을 연상케하는 라인업이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에너지 레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출장시간 관리가 되는 라건아(34‧200.5cm)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알리제 존슨(27·201cm) 또한 다재다능한 능력치를 가진 천전후 외국인선수로 꼽힌다. 식스맨으로 주로 활약하는 정창영(35‧193cm)같은 경우 팀이 워낙 멤버가 화려해서 그렇지 선수층이 얇은 팀 같으면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KBL 역사상 최고 구성’, ‘역대 최다 연승기록에 도전할만한 팀’, ‘우승이 문제가 아닌 왕조 라인업’, 등 시즌 전부터 KCC에 대해 놀라움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이승현은 헐크를 연상시킨다. 힘과 활동량 그리고 끓어오르는 투지 등을 앞세워 상대가 누구든 과감하게 부딪히며 열정적으로 싸우는 성향이 똑 닮았다.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의 장남이자 천둥의 신으로 불리는 토르는 정의롭고 용맹하다. 어떤 것이든지 파괴할 수 있는 망치 묠니르를 손에 들고 전장에서 늘 선봉에 서서 활약한다. 평소에도 강하지만 지켜야 할 대상이나 상황에 놓이게 될 경우 더욱 전투력이 올라간다. 송교창 또한 그렇다.
개성파 악동 선수들이 적지 않은 리그에서 순수 청년이라 불릴 정도로 늘 한결같이 성실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하지만 코트에서는 누구보다도 과감하고 전투적으로 변하는데 특히 분위기를 타면서 몸이 달아오르게 되면 경기 흐름을 지배할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고는 한다. 토르가 아스가르드를 이어받아 왕이 되었듯 송교창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계보를 잇고 있는 적통이다.
송교창과 함께 무시무시한 빅윙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최준용은 토르의 핏줄이 다른 동생 로키를 연상시킨다. 로키는 빌런과 히어로를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비뚤어졌을 때는 자신을 거둬준 아버지 오딘과 형 토르 조차도 위기에 빠트릴 만큼 사건을 만들어내지만 정신을 차리고 아군이 된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동료도 없다, 최준용 역시 비슷하다. 때때로 돌발행동이나 언행 등으로 사고를 치며 여러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경기에만 집중할 경우 전방위로 팀을 강하게 만드는 위력을 보여준다.
어벤져스에서 호크아이는 전면에 드러나는 주축 인물은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강한 편이지만 토르, 헐크 등 엄청난 초인들과 비교하면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자신이 속한 팀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한다. 세계 최고의 궁수라는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거리에서 쏘는 백발백중 활 솜씨가 주특기로 전면에서 싸우는 동료들의 지원사격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KCC에서 호크아이같은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이근휘(24‧187cm)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이근휘는 다재다능과는 거리가 멀다. 볼핸들링, 패싱능력, 돌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평균보다 아쉽다는 혹평이 많다. 거기에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수비 문제 역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의 유망주 혹은 벤치 핵심자원을 언급할 때 이근휘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여러 팀에서 그를 욕심내고 있지만 KCC 역시 이근휘 만큼은 지키려고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근휘는 확실한 장점 하나가 선수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슈터다. 거리에 상관없이 오픈 찬스가 나면 정확도 높은 외곽슛을 적중시킬 수 있다. 볼 없는 움직임도 좋고 슛 타이밍도 빠른지라 일단 찬스가 나면 확실한 한방이 가능하다. 최근 농구의 트랜드는 스페이싱과 3점슛이다. 과거 3점슛은 주로 슈터 포지션에서 맡았다면 현재는 빅맨도 과감하게 던지는 추세다.
때문에 전문 슈터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아 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낼 수 있을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리그를 지배했던 전성현의 경우가 대표적 예다. 물론 여전히 주전과는 거리가 있는 이근휘를 국가대표 슈터 전성현에 비교하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근휘 정도의 슈터라면 팀에 따라서는 진작부터 주전으로 활약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호평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슛 이외에 뚜렷한 장점은 없지만 하나의 무기가 원체 강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잘만 활용하면 그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전성현이 너무 압도적이라 그렇지 리그 넘버2 슈터를 꼽으라면 이근휘를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기록만 봐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근휘는 통산 99경기에서 평균 4.96득점, 0.61어시스트, 1.33리바운드, 0.33스틸을 기록중이다. 3점슛은 경기당 1.26개를 던졌고 성공률은 40.19%다.
출장시간이 안정적이지 않은 벤치 멤버로서 슛감을 안정적으로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정도로 안정적인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은 가성비가 더욱 올라갔다. 현재 멤버가 워낙 좋은 탓에 지난 두시즌에 비해 출장시간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성적은 더 좋아졌다.
19경기에서 평균 4.58득점, 0.58어시스트, 0.89리바운드, 0.16스틸을 기록중인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3점슛이다. 경기당 1.21개를 던져 성공률이 무려 57.50%(전체 1위)다. 리그에서 유일한 50%대 성공률이다. 시즌내내 이같은 성공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꾸준하고 안정적인 손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직전 현대모비스전에서는 팀내 최다인 20득점을 올리며 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23분 52초만을 뛰면서도 어시스트도 4개를 더하는 등 저격수로서의 남다른 존재감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득점의 질이다. 장기인 3점슛을 6개 던져서 5개(83.3%)를 성공시켰으며 3점슛 상황에서 얻어낸 자유투 3개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불과 3점차로 승패가 갈린 것을 감안했을 때 이근휘의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완을 페이크 동작으로 따돌리고 첫번째 3점슛을 성공시킨 이근휘는 다음 찬스에서는 순식같에 빈 공간을 확보한 후 최준용의 패스를 받아 림을 갈랐다.
이근휘가 외곽에서 버티고 있자 외국인선수 존슨도 덩달아 신이 났다. 존슨은 돌파를 할듯 하다가 이근휘에게 빼주는 패스를 여러차례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3번의 3점슛이 만들어졌다. 4쿼터에서는 컷인패스를 받아 골밑 득점까지 올렸다. 이근휘까지 뜨거워짐에 따라 KCC를 상대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골머리가 아파지게 됐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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