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아시안컵 소집 지연 요청…대표팀 입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이 캡틴 손흥민(31)의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한 대표팀 소집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번리와의 축구협회(FA)컵 첫 경기까지는 잡아둔다는 계획이다.
20일까지 나온 영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소집 시기를 두고 대표팀과 협상 중이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KFA)가 손흥민의 영국 출국 날짜에 대해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의 출국 날짜와 관련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운을 뗐다.
KFA에 확인 결과,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대표팀 소집 지연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는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토트넘 구단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약간의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워낙 토트넘을 잘 알기 때문에 구단 요청이 있으면 직접 소통한다”고 덧붙였다.
주축 선수들의 줄줄이 부상으로 비상이 걸린 토트넘은 한 경기라도 더 손흥민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2023~2024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던 토트넘은 현재 5위까지 순위가 처졌다. 중원 핵심자원인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도 다음 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출전으로 내보내 줘야 한다. 리그컵까지 초기에 탈락한 상황에서 토트넘이 현실적으로 노릴 만한 우승 트로피는 FA컵만 남았다.
하지만 대표팀 입장에서 손흥민의 출국 날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각 구단은 각 대표팀이 요청하면 아시안컵 첫 경기 기준으로 최대 2주 전까지 소속 선수를 내보낼 의무가 있다. 대표팀의 바레인과의 아시안컵 첫 경기는 15일에 열린다. 대표팀에서 손흥민 소집 지연 요청을 거부한다면 토트넘은 오는 29일 브라이턴과의 2023~2024 EPL 19라운드 원정 경기까지만 손흥민을 쓰고 내보내 줘야 한다.
토트넘으로서는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내줬던 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트넘은 2019년 아시안컵 당시 조별리그 3차전이었던 중국전부터 손흥민을 내준 바 있다. 손흥민이 번리전에 출전해도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는 9일의 시간이 남아 시차 적응 등에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대표팀도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해 토트넘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까지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는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64년 만에 우승 한을 풀 기회로 보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개막에 앞서 다음 달 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 먼저 넘어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아시안컵 우승을 대표팀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만큼 핵심 선수인 손흥민의 합류 시기를 늦추지는 않으리라고 협회는 보고 있다. 손흥민을 번리전까지 내줬다가 자칫 다친다면 대표팀 공격 전술 운용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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