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한국은 부유한 나라…보편적 복지보다 선별 지원으로”
20일 오전 서울 중구 DDP(동대문디지털플라자). 미국 MIT 경제학 교수이자 역대 최연소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 에스테르 뒤플로(51) 교수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복지 정책인 ‘안심소득(중위소득 85% 이하인 저소득 가구 중 총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1972년 프랑스의 한 소아과 의사의 딸로 태어난 뒤플로 교수는 20년간 40여개 빈곤국을 직접 방문, 200개 이상의 빈곤 퇴치 연구를 한 업적으로 2019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라는 부국에서 중산층의 유복한 가정으로 태어난 내 자신이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전세계에 뜻이 맞는 1000여 명의 연구진을 모아 빈곤 퇴치를 위한 증거와 자료를 취합,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 자리에서 “서울의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하게 되어 기쁘다”며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굉장히 투명하게 운영되고, 누구나 이해하기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처럼 부(富)를 축적한 국가에게 안심 소득은 적절한 소득 보장 제도이며, 서울의 시범사업은 교과서적이고 모범적인 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뒤플로 교수는 “오늘(20일) 안심소득 시범사업 중간 평가 결과가 나오는데, 어떠한 실험을 하고 나서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용기를 치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안심소득 시범사업 결과, 실제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은 가구들 중 일부가 소득 수준이 오르고, 정신 건강도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솔직하게 안심소득을 평가해달라”고 뒤플로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서울시가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면서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서울시의 안심소득 중간 평가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원금 지급이 오히려 근로소득의 증가로 이어져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자 오 시장은 “어떤 실험을 하던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파악되어야 안심소득의 실효성 있는 하후상박(아랫 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는 박하다는 뜻) 지원이 가능한데,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뒤플로 교수는 “한국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높아지고, 통계 데이터가 우수한 국가”라면서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 현금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디플로 교수는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이 성공한다면,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궁금하다”고 오 시장에게 물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실험이 2027년에 끝나는데, 그때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있는 시기”라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보수든 진보든 대선 후보 누구든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현실적으로는 물론 벽이 높다”며 “다행히 우리가 계산하기로는 한국의 중산층이 두텁고 하후상박식 제도이기 때문에 감당 가능한 정도의 재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편, 안심소득이 부의 재분배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뒤플로 교수는 “소액을 전체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분명 부의 재분배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사회처럼 불평등이 높은 국가는 안심소득과 함께 조세 시스템과 재취업 훈련 등 다양한 해법을 통해 극복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과의 면담을 끝낸 디플로 교수는 이후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기조 연사로 참여, “AI(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는 감소해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며 “안심소득과 같은 사회 보장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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