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치, 하나보다 둘이 더 빛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리슨어게인] "나 두 사람을 사랑해 목숨 바쳐. 나 두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는걸. 너무 잘 알면서 너무 잘 알면서. 둘 중 누구도 보낼 수가 없어-" 다비치가 '두사랑'을 부를 때 관객들도 따라불렀다. 그 노래가 마치 다비치의 강민경과 이해리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 두 사람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마음이 담겼다.
4년 만에 다비치가 단독콘서트로 돌아왔다. 3일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의 제목은 'Starry, Starry'. 콘서트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은 무대 스크린 위에 펼쳐진 밤하늘의 별들처럼 깜박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했던 팬들의 별을 향한 마음들이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콘서트 제목에 걸맞게 조명에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을 입고 다비치가 나와 '나의 오랜 연인에게', '나의 첫사랑'을 부르자 함성이 쏟아졌다. 금세 콘서트장의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강민경이 깔아놓으면 그 위에 이해리가 얹어놓고, 그 위로 또 두 사람의 화음이 겹쳐지는 맛이 일품인 '내 옆에 그대인 걸'을 들으니 마음이 블링블링해졌다. 'Starry, Starry'라는 콘서트 제목이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왔다. 하나보다 둘이 하니 더욱 빛나는 다비치였다.
본래 '다빛이'라는 순우리말에서 따왔지만 '다+비치다'라는 의미가 더해져 '세상을 노래로 다 비추겠다'는 포부가 담긴 다비치라는 그룹명 역시 새삼스러웠다. 그래서 노래가 바뀔 때마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별빛과 물빛과 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에 깃든 빛들 같은 것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애절한 발라드를 기본으로 하고 미디엄 템포나 댄스로의 변주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의 놀라운 가창력은 실로 세상 모든 것에 빛을 내리는 듯한 반짝임이 느껴졌다.
하나보다 둘이 더 빛나는 건 노래만이 아니다. 15년을 함께 해오면서 생겨난 두 사람의 케미가 거의 만담 커플 수준이다. 공연 중간중간 슈퍼 'E' 성향의 강민경과 슈퍼 'I' 성향의 이해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이 일을 하는 지 몰라", "이 일 안했으면 어쩔뻔 했어?"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들에 관객들의 웃음이 터진다. 강민경이 귀여운 푼수 같은 모습으로 '나 예쁘지?'하고 포즈를 취할 때 이해리가 뒤에서 '왜 저래?'하는 표정이 기막힌 케미의 재미를 만든다.
이런 관계는 노래에도 고스란히 깃들었다. 올해 발표한 '지극히 사적인 얘기'의 오프닝으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그래서 이 대화풍의 가사를 담은 노래와 '착붙'한다. 중간중간 강민경 유튜브를 보는 듯한 두 사람의 일상을 담은 영상들을 보다 보면 왜 이들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지가 가늠이 된다. 개그 욕심이 있는 강민경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이해리의 자지러질 듯한 리액션이 폭발한다. 그러니 두 사람만 있어도 얼마나 그 시간들이 꽉 채워질까.
매드클라운이 랩 피처링을 했던 걸 강민경과 이해리 버전의 '장기하식 랩'을 섞어가며 풀어낸 '두사랑' 같은 곡이 그 애절한 노래와는 달리 색다른 퍼포먼스에 환호를 자아내고 노래가 끝나고 나서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건 다비치가 가진 강점 중 하나다. 애절한 발라드를 더 애절하게 불러 가슴을 후벼파게 만드는 초절정의 가창력을 가진 디바들이지만 그 무거워지고 애절해질 수 있는 순간들을 이들의 밝고 코믹한 에너지들이 파고들어 균형을 맞춘다.
둘 중 한 사람만 서도 충분히 무대를 장악할 것 같은 빛나는 가창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니 그 무대는 더욱 빛난다. 게다가 오랜만에 두 사람을 마주한 관객들이 가득하니 그 시간과 공간이 빛이 난다. 돈 맥클린의 'Starry, Starry Night-'이 절로 떠오르는 추운 겨울 날 어느 밤, 무대 위에 두 개의 별이 떴다. 그러자 객석에서도 무수히 반짝이는 별 같은 눈들이 총총거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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