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독립적 통화정책 가능"[일문일답]
물가목표 달성 시기, 내년말 또는 내년초, 상반기
美는 근원물가 4%이고 韓 2.9%인데 美 먼저 금리 인하 논의
이창용 "美는 유가상승분, 물가에 충분히 반영…우리는 덜 반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해외 요인이 안정되면 우리가 국내 상황을 보면서 좀 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12월 물가안정목표 상황 점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 것으로 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됐다. 환율, 자본이동 등의 제약 조건 하나가 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더딘 데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가격 등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4%인데도 금리 인하 논의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금리 인하 논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지만 IT수출 회복을 제외하면 1.7%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11월 금통위 회의 때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지정학적 불안도 완화됐다. 그 때 당시와 물가 전망의 전제 조건이 달라졌다고 봐야 할까?
△(김웅) 지난 전망과 비교해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국제유가가 많이 낮아졌고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변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만 보면 유가도 다시 반등하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에 따른 변동성도 크다. 내년 1월, 2월께 다시 말씀드리겠다. 물가 목표 수렴시기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내년말이나 2025년초, 상반기로 보고 있다.
-미국은 근원물가가 4%로 높은 편인데 어떻게 금리 인하 논의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보나?
△(이창용) 개인적으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봤을 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생각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앞으로 상당히 긴축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데 방점이 찍히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 얘기를 하면서 시장이 이를 금리 인하 기대로 해석을 했는데 제 해석은 좀 다르다. 금리 점도표를 보면 내년에 금리를 50bp, 75bp 인하하는데 시장은 100bp 넘게 인하한다고 생각해 시장의 기대가 큰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금리 점도표를 보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내년 주요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창용) 주요국 금리가 인하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나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해외 요인이 안정되면 우리가 국내 상황을 보면서 좀 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게 된다. 통화정책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 것으로 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됐다. 환율, 자본이동 등의 제약 조건 하나가 풀린 것이다. 물가분석보다는 이러한 메시지가 중요한 것 같다.
△(김웅) 다른 나라에서 금리를 낮추면 달러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 낮아지면서 물가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금리가 낮아지면 경기가 개선돼 원자재 가격 상승하면서 물가에 상방 압력이 될 수 있다.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가 다 있다.
-11월 금통위 당시에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대가 없다는 취지로 말씀했다. 입장 변화가 없나?
△(이창용) 12월 FOMC 회의 이후 금통위원과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기대처럼 예상치를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근원물가가 4%이고 한국은 그보다 1.1%포인트나 낮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금리 인하 논의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은 아닌 거 같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
△(이창용) 미국과 우리나라는 금리 구조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미국은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변경시 정책에 반영되는 속도가 다르고 금리 변경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 정도가 다르다. 또 유가가 올라간 것을 얼마나 반영시켰는지도 다르다. 근원물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을 덜 반영시켰다.) 다만 두 나라가 내년말 물가 전망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제 생각에 미국은 금리 점도표가 반영된 것이니까 그 정도로 인하하면 물가 수렴 속도가 그 정도 간다고 본 것이고, 우리나라는 앞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더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가정 하에서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노동생산성이 팬데믹 이전 추세 대비 하락했다고 하는데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까?
△(김웅) 취업자 수 증가는 노동생산성 증가 요인이나 생산성이 줄어든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뿐 아니라, 자본, 총요소생산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내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연도 개편이 끝나면 업데이트하겠다.
-정부에서 물가 관리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관리가 추후에 가격 인상 형태로 나타나면서 물가를 더디게 떨어뜨릴 가능성은?
△(이창용) 작년에 정부가 물가 관리를 했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안 올랐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 물가 관리를 스무딩하게 했다고 봐야 한다.
-물가가 안정되면 성장과 가계부채 문제만 남을 텐데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가?
△(이창용) 가계부채는 중장기 문제다. 가계부채를 성장과 트레이드오프라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2% 이상 성장이면 잠재성장에 가깝다고 보지만 이것은 IT수출이 회복돼서 그런 것이다. IT수출 회복을 제외하면 1.7% 성장으로 본다. 피부에 느끼는 경제 회복 정도가 다를 것이다. 취약계층 등을 타깃해서 하는 부양책은 필요할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원책 추가로 필요할까?
△(이창용)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기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질서 있게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격이 어떻게 되든 질서 있게 PF를 조정해 나가면서 연착륙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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