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작사가‧프로듀서 최갑원…세계적 발라드 명가 꿈꾼다

조성진 기자 2023. 12.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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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발굴 및 ‘아이유’란 이름 작명한 장본인
700곡 이상 저작권협회 등록된 히트 작사가
박효신‧휘성‧백지영‧아이유‧거미‧이효리
이승기‧버즈 등 많은 스타가수 곡 작업
신들린 듯 순식간에 가사 쓰는 타입
하동균 ‘그녀를 사랑해줘요’는 18분 만에 완성
“좋은 가사는 노랫말서 영화적 장면 떠오르게 해”
엠보트, YG엔터, 워너뮤직코리아 거쳐
現 임한별‧지아 소속사 ‘플렉스엠’ 대표
“김도훈, 여전히 신선함을 잃지않는 최고의 작곡가”
”윤종신, 생활밀착형 중심의 타고난 이야기꾼”
살아가면서 약속 신용이 가장 중요
의뢰받은 곡 작업 마감 한 번도 어겨본 적 없어
“만화방서 라면 먹으며 만화볼 때 가장 행복”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12월만 되면 지인끼리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기업 단체들도 이 표현을 사용해 각종 캠페인을 전개한다. 자연스럽게 아이유가 부른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란 곡이 오버랩된다.

음악수익증권 플랫폼 '뮤직카우'는 지난 15'겨울 연금송'으로 불리는 음악들이 인기 차트를 역주행하면서 겨울 노래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아이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Feat.천둥 Of MBLAQ)' 거래 규모가 246.53%, 검색량이 111.5%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는 이제 대표 캐롤로 자리한 지 오래다.

이 곡을 쓴 유명 작사가이자 임한별지아 소속사 '플렉스엠' 수장인 최갑원(47) 대표를 만났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제목을 단순히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심심할 것 같고. 그래서 좀 특색있는 부분을 불어넣고자 '미리'를 앞에 넣게 된 겁니다. 크리스마스 전에 이 제목이 먼저 떠올랐는데 그렇게 해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정했죠. 129일에 발매됐습니다. 물론 아이유가 너무 잘 불러줬어요."

"곡을 주면 아이유는 곡을 쓴 사람이 의도하는 감성 수준에 금세 도달합니다. 아이유는 데뷔 때부터 노래로 실망을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아이유란 이름은, 가수 최백호가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은 흐름이 좋은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러한 이름이다. 역술인 백운산 또한 좋은 이름을 통해 좋은 기운이 활발하게 들어온다고 했다.

최갑원 대표는 자신이 가수 이지은에게 '아이유'란 예명을 작명해 주었다고 본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처음으로 밝혔다. 아이유, '너와 내가 음악으로 공감대를 만든다'라는 깊은 뜻이 있음에도 발음하기 너무 편하고 흐름이 좋은 이름이다. 대중음악은 물론 역사상 전 분야에 걸쳐 '명품 작명'으로 꼽힐 만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당시 로엔 제작사업부 그룹장이던 최갑원 대표는, 이지은이란 본명이 흔한 이름이라 예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이름은 가수, 탤런트, 기업인 등 인물검색에만 100명이 넘을 정도로 동명이인이 많은 게 사실이다.

최갑원 대표는 "발음하기 편한 이름을 찾던 중 아이유라고 짓게 됐죠. ''만 들어가고 받침이 없는 이름이 좋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아이유로 작명했습니다. 지은이의 데뷔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아이유란 이름은 전세계 유일무이할 뿐 아니라 처음 들어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름입니다."

작명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최갑원 대표는 김도훈, 전해성 등 유명 작곡가들이 모인 '하이노트'라는 팀명도 지었다. 다른 작명 사례가 더 있을 것 같아 질문을 계속 했더니 최 대표가 너무 쑥스러워해서 결국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했다.

갑옷갑(), 으뜸원()의 최갑원이란 이름 또한 범상치 않다. 모든 줄의 맨 앞, 최고란 의미가 있다. 혹시 가명이 아니냐고 했더니 본명이라고 했다.

작사가 최갑원은 아이유를 발굴한 프로듀서이자 아이유 데뷔앨범 전곡 작사, 그리고 빅 히트곡 '좋은 날'까지 제작했음은 물론 휘성(불치병), 백지영(잊지 말아요-아이리스 OST), 박효신(사랑한 후에), 거미(기억상실) 등 여러 히트곡을 쓴 국내 최고 작사가 중 하나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가 700곡 이상이나 된다.

최갑원 대표는 업계에서 곡을 가장 빨리 쓰는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하동균 '그녀를 사랑해줘요'는 데모곡을 듣고 30분 만에 가사를 써서 보냈다. '그녀를 사랑해줘요' 작곡가가 PJ인데, 가사를 쓰고 "다 써서 보냈으니 확인해봐"라고 하자 PJ ", 지금 장난치는 겁니까"라는 반응이 왔을 정도다. 가사를 체크한 PJ는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이후 그가 쓰는 대부분의 곡 가사를 최갑원에게 맡길 정도. 사실 '그녀를 사랑해줘요'는 정확히 18분 만에 썼다. 최갑원 대표가 곡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이메일로 보내는 시간까지 합쳐 30분이라고 표현한 것. 아마 이 곡은 한국 대중음악 사상 가장 최단 시간 안에 쓴 노래가 아닌가 한다.

이외에도 버즈 '겁쟁이'를 비롯해 상당수 히트곡이 이처럼 신들린 듯 쏜살같이 노랫말을 써 내려갔다.

"데모곡을 계속 들으며 그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특정 멜로디에서 번쩍하고 가사가 떠오르게 되죠.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등등 모든 가사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가끔 작곡가가 A파트 멜로디를 보내면 저 역시 A파트 가사를 써서 보내고 그다음 B파트 멜로디를 받아 다시 그것에 맞게 B파트 가사를 쓰고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일까지 급하게 작업해야 할 땐 이런 식으로 하기도 해요. 아이비 '아하'라는 곡이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예죠."

가사가 거의 완성되는 와중에 적절한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할 때도 있다. 노래 한 곡에 중복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는 그는 같은 내용이라도 비슷한 다른 단어를 선택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만일 노래 앞부분에 '마치'라는 어휘를 썼다면 중후반에 이런 단어가 필요할 때도 절대 '마치'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비슷한 다른 걸 찾으려고 한다. 대학 시절 영화 '싱글즈' 권칠인 감독의 '시나리오작법'이란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에서 '같은 표현을 반복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최갑원 작사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가사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휴대폰에 메모해 놓는다. 그러나 미리 가사를 준비해 놓는 타입은 아니다.

"가사만 좋아서 멜로디에 억지로 삽입하려고 하면 잘 매칭이 안 됩니다. 이 멜로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상상하며 들어야 그에 맞는 가사가 나와 곡에 잘 어울리게 되는 것이죠."

그간 쓴 많은 곡 중에서도 '그녀를 사랑해줘요', '잊지 말아요', '겁쟁이'를 자신의 베스트로 꼽았다.

"일단 이 세곡의 저작권료가 제일 많이 나옵니다.(웃음) 저작권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건 그만큼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므로."

백지영이 부른 아이리스 OST '잊지 말아요'는 김도훈과 최갑원 공동 작사가로 등재돼 있다. 이에 대해 최갑원 대표는 "이미 김도훈 님이 쓴 원안을 토대로 저는 가사를 좀 더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우리 이제 헤어지네요/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90% 도훈이 형의 것이죠. 벌스와 D브릿지 가사는 제가 했고. 사비는 도저히 건드릴 수가 없었어요.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최갑원 대표는 아직 한 번도 마감을 어겨본 적이 없다. 약속, 신뢰를 중시하는 건 최 대표의 인생 철칙이기도 하다.

"납부일 전에 신용카드 사용료를 미리 입금할 정도로 연체하는 걸 싫어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살아가며 돈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 것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약속 시간 늦는 것도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불쾌해할 만큼 늦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5~10분 정도 늦었던 게 지난 수십 년 중 몇 번 정도였다.

최갑원 대표가 쓴 700곡 중 거의 대부분이 작사이고 그중 작곡은 20곡쯤 된다. 작곡한 곡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아이유 '가여워'.

"표절이라고 할 만한 게 단 1초의 순간도 없는데 표절 시비가 일어 어이가 없었어요. 그 곡을 부를 때의 아이유는 중3에서 고1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어린 학생에게 표절곡을 부르게 할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이 아닙니다. 지금도 저 자신에게 떳떳한 곡이라 '가여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시작했으면 마무리도 잘되는 가사를 쓰려고 합니다. 어정쩡하게 여운을 남기는 형태의 가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최갑원 대표는 근래 10여 년 전후 최고의 가사로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김이나 작사)와 아이유 '밤편지'를 꼽았다.

"제가 '이나 형수'라고 부를 정도로 김이나 작사가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이 곡의 가사를 처음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란 문장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제가 지향하는 가사가 특정 노래를 들었을 때 영화 한 편이 생각나게 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이 가사가 바로 그랬습니다."

"아이유 '밤편지'를 처음 듣는 순간 가사가 너무 좋았어요. (같은 작사가로서) '정말 얘한테 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쓴 가사들은 문장 하나하나에서 (영화적)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 곡도 그랬어요."

최갑원 대표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곡가와 작사가는 김도훈, 윤종신이다.

"김도훈 님은 술도 거의 안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죠. 거의 작업실 아니면 집에 있을 때가 많을 만큼. 지금도 곡을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분은 곡 쓰고 일하는 게 전부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트렌디함을 잃지 않는 신선한 곡을 쓰고 있으니까요. 발라드도 도훈이 형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어요. 한번 들으면 쓱 외워진다고 할까요?"

"윤종신 님은 생활밀착형 가사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운 글쓰기를 합니다. 진정 타고난 이야기꾼이죠."

"이외에 리처드 막스, 에릭 클랩튼의 가사 쓰기도 탁월합니다.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을 처음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게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최갑원 대표의 애완견

작사가 최갑원은 19767월 서울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던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1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2살 때 아버지가 타계했고, 두 명의 누나와 성장기를 함께 보내며 그만의 감수성이 만들어졌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너무 잘해주었지만 큰누나가 어린 갑원을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릴 듣지 않게 하려고 엄하게 교육하려 했다. 큰누나가 아버지 역할을 한 셈이다.

TV에서 방송하던 '주말의 명화' 시그널 음악을 들을 때부터 가슴이 뛸 정도로 어릴 때부터 영화매니아였다. 영화감독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건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만 나가면 상을 쓸어올 정도로 작문에 능하던 최갑원은 자신이 이야기 만드는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이때부터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홍콩영화에 심취했던 당시 그의 우상은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왕가위, 오우삼이었다. 면티에 청바지만 입은 유덕화 스타일이 너무 멋있게 보여 지금도 최갑원은 이런 스타일의 패션을 선호한다. 장국영이 죽었을 땐 말도 못 할 만큼 가슴이 아팠다.

수원과학대에서 방송연예과를 전공한 최갑원 대표는 장나라 1집으로 작사가 데뷔했다. 장나라 앨범 기획팀장이 박경진이었는데 둘은 대학 동문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작사를 의뢰했고 최갑원 대표는 박경진 팀장의 기대 이상으로 노랫말을 잘 써 주었다. 이어 2000년대 초 박경진 대표와 '엠보트' 창립 멤버로 함께 하며 휘성 곡 다수를 작업했다. 최갑원은 엠보트 재직 중에도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도 겸하며 세븐, 렉시, 원타임 등 여러 앨범을 제작했다.

이어 김도훈 등 몇몇 작곡가와 '뮤직큐브'를 설립해 하동균 1'그녀를 사랑해줘', 이승기 2집 등을 프로듀싱했다. 그러던 중 '워너뮤직코리아' 오원철 대표의 제안으로 워너뮤직코리아 가요팀 총괄 프로듀서로 일하게 된다. 그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하동균 2, 백지영 6집을 제작했다.

꾸준히 최갑원을 지켜본 오원철 대표는 "내가 조금 투자할 테니 더 늦기 전에 네 회사를 창업해보라"고 권했고 이렇게 해서 뉴아시안프라이드컴퍼니(N.A.P)를 설립했다.

최갑원 대표는 N.A.P 시절 하이포, 시리얼 등 아이돌 두 팀을 론칭했다. 십수 년 전 홍콩에서 마마(MAMA,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에 참석하며 아이돌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이제 아이돌 시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간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도 아이돌을 해야겠다고 해서 론칭한 게 시리얼과 하이포였어요."

음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그간 실패 없는 삶을 살아왔던 최갑원 대표는 아이돌 론칭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N.A.P 시절 아이돌그룹 실패는 더욱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다. 돈도 많이 까먹었다.

최갑원 대표의 애완견

최갑원 대표는 N.A.P에 이어 201911'플렉스엠'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현재 임한별, 지아 등이 소속된 '플렉스엠'은 본격 발라드 음악에 특화된 기획사다.

"N.A.P 때엔 뭐든 아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해줄 거 다 해주고. 그때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지금 플렉스엠에선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시 실패 경험 등 다양한 것들이 이젠 경영자로서 무언가를 선택결정할 때도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아이돌에 특화된 SM, 힙합 베이스의 YG, 그리고 탁월한 수장이 있는, 그래서 노래 퀄리티도 남다른 JYP 등이 있다면 발라드만큼은 플렉스엠을 떠올리게 하고 싶습니다. 발라드 분야의 명가=플렉스엠이란 등식 같은. 단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발라드 명가가 되길 원합니다. 이제 플렉스엠은 이러한 꿈의 60%쯤 온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전 세계를 호령할만한 솔로 아티스트를 '플렉스엠'에서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리아나 그란데나 저스틴 비버처럼. 향후 플렉스엠이 발라드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솔로 가수를 선보이며 이 분야를 리드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이돌 팀은 (더 이상) 안 하고 싶지만, 시장이 이렇게 열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하지 않는 쇄국정책을 취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도 됩니다."

소속 아티스트인 임한별과 지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한별은 노래를 너무 잘하고 센스도 남달라요. 센스있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잘하는데 임한별이 바로 그런 경우죠. 콘서트를 운영하는 센스, 관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면모 등등 장점이 너무 많은 아티스트입니다. 임한별과 작업을 했던 모든 관계자는 그에게 반할 정도니까요."

"지아와는 '로엔' 엔터 때부터 함께 했어요. '술 한잔해요' 부터 같이 했으니까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지아만의 그러한 느낌을 내는 가수는 국내에선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봅니다. 감성, 표현력 등에서 TOP이죠. 인성적으로도 너무 착해요. 그간 말썽 한번 부린 적이 없을 만큼."

최갑원 대표는 '발라드 명가=플렉스엠' 관련 내용에서 한국적 발라드도 강조했다.

"한국 발라드가 해외의 팝발라드와 다른 점은 멜로디가 딱딱 정밀하게 떨어진다는 겁니다. 팝발라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쭉~가는 느낌이라면 한국 발라드는 구절 하나만 들어도 느낌이 오죠. 팝발라드는 곡 전체를 들어야 알 수 있지만 우리 발라드는 '벌스'만 들어도 느낌이 온다고 할까요? 이처럼 부분만 들어도 금세 느낌이 올 수 있는 그러한 발라드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적 발라드의 대표곡으로 백지영 '잊지 말아요'와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꼽고 싶습니다."

"국내 가요 발라드 중 8분의 6박자로 쓴 곡이 히트한 예가 별로 없어요. 8분의 6박자는 미국 R&B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인데, '그중에 그대를 만나'8분의 6박자로 쓴 발라드죠. 사실 이런 박자로 발라드를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박자의 발라드곡 중에서 '그 중에 그대를 만나'가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봅니다."

여전히 K팝은 칼군무와 화려한 사운드의 아이돌 밴드 중심이다. "아이돌 K, 댄스 등은 이제 세계 시장에 널리 알려졌고 조만간 K발라드의 시대가 올 거로 봅니다. 이에 대비해 플렉스엠이 세계 시장에서 이 장르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플렉스엠 홈페이지 하단엔 신인가수 채용 공고가 나와 있다. '플렉스엠' 수장, 즉 최종 결정권자로서 최갑원 대표가 원하는 신인상은 어떤 유형일까?

"처음 봤을 때 와~ 하는 느낌이 오는 신인이면 좋겠습니다. 아이유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바로 그 '~'하고 감탄하게 되는. 탁월한 가창력도 좋지만, 그보다 (한 번에) 느낌이 오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회사명 '플렉스엠'도 최갑원 대표가 작명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인데 자랑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자랑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겠다)"란 의미를 담았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와 친절 자상한 매너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또한 최갑원 대표가 중시하는 애티튜드이기도 하다.

"인성은 음악을 하는 아이돌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엔터테인먼트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기본적인 인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과 일을 하면 힘들어요. '소속 가수야' 라거나 '내가 데리고 있는 가수야'란 표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함께 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을 같이해보자'며 악수하고 시작하는 것이라서 파트너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파트너의 인격적 부분 어딘가 고장이 났다면 파트너로선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죠. 모든 사회생활엔 기본적인 인격이라는 게 존재하며 저는 그걸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한때 무대에서 음악 활동도 했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남한테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는 성향이랄까. "철저한 스태프 마인드로 일하려고 합니다. 어색하다고 생각해 셀카도 잘 안 찍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더욱 아티스트를 존중하게 됩니다."

최갑원 대표는 뮤지컬 '썸머스노우' 감독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대본 작업 중인 뮤지컬이 있다. 이로써 최갑원 대표는 뮤지컬 감독으로서 두 번째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일에 파묻혀 사는, 업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인 그는 예전엔 음악적으로나 또는 비즈니스적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마신다. 좀 더 건강하게 '개운한' 머리로 일하고 싶어서다. 한창 마셨을 땐 소주 7병 이상의 주량이었고 물론 지금도 마음먹으면 3~4병까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소주와 찌개 안주를 가장 선호하는 정통파다.

술을 줄이고 규칙적인 습관을 들이면서 라이프사이클도 변했다. 아침 7시에 기상해 회사 앞의 트레이닝센터에서 운동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 업무 및 의뢰받은 곡 작업 등을 소화해가며 오후 늦게까지 작업하는 편이다.

J팝 매니아이기도 한 최 대표는 한때 세이코를 너무 좋아했고 엑스재팬의 거의 모든 영상을 다 봤을 정도다.

취미는 영화감상과 만화. 최갑원 대표는 이미 본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걸 좋아한다. '도둑들', '타짜', '범죄의 재구성', '매트릭스', '인생은 아름다워' 등은 수도 없이 보고 또 봤다. 인생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서머스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최갑원 대표의 삶에서 만화는 음악과 영화만큼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만화방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라면 먹으며 만화 볼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 그는 지금도 만화방을 찾을 만큼 열혈 만화 매니아다. 야스히사 하라 '킹덤', 킹곤타 '창천항로', 이현세 '남벌'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우라사와 나오키다. 특히 '20세기 소년', '플루토'는 인생만화. 미우치 스즈에 '유리가면' 등 순정만화도 좋아한다.

어릴 때 태권도 4단까지 딴 고수임에도 여전히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몸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새해 소망도 "굳이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의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몸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싱글인 최갑원 대표는 3살 된 강아지 두 마리(골든 리트리버와 푸들 교배로 태어난 '골든두들')와 생활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4년엔 느낌 좋은 신인과 '프레쉬한(새롭고 신선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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