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이재명에 쓴소리 "이낙연 만나라, 연동형비례제 지켜달라"

박정연 기자 2023. 12.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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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즉답 않고 "진지하게 경청"…이낙연 신당론에 "분열 안 돼" 한목소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을 갖고 "함께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냈다. 김 전 총리는 그러나 이 대표에게 이낙연 전 총리 등 비명계 인사들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문하는 등 쓴소리에 가까운 의견을 전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20일 낮 서울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오찬을 했다. 김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을 당 통합을 위해서 만나고 또 충분히 대화하라. 수습방안도 찾아보기 바란다"고 했다고 이 대표 측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김 전 총리 측 조대현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 "현재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인데 기본적 취지는 지켜지는 게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汎)민주·진보진영 대표로서 이 대표가 할 일이 많다"는 당부도 건넸다.

권 수석대변인은 "김 전 총리는 '당의 단합, 그리고 혁신으로 가는 모든 노력들을 이 대표가 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분열이 있으면 총선에 큰 악역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과거 야권 분열 시 선거 패배의 아픈 기억들이 있다'면서 당의 단합을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에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이러한 말씀을 진지하게 경청했고 당의 어른인 김 전 총리의 많은 역할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다.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어쨌든 간에 이낙연 전 총리와 물밑 대화를 해서 이 전 총리가 처한 처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며 "통합·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온다고도 했다"고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교감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까진 하지 않았다"면서 "어쨌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예고해 당으로선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니 같이 함께 돌파해 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결과 통합을 위해선 이 대표가 바깥 목소리도 진지하게 경청해달라고 했고, 이 대표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대표로부터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을 제안받은 게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구체적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당을 도우러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정도의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종로구 해남2빌딩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을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비공개 회동에 앞서 간단히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이렇게 어려울 때 조금이라도 선배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같이 한번 의견을 모아보자는 그런 요청이 있었다"며 "이 대표를 뵙는다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당내에서 보는 것과 또 당 바깥에서 당을 걱정하는 분들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오늘 그런 내용들을 가감없이 이 대표에게 전달해 드리겠다"고 예고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민주당이 단순히 민주당만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범(汎)민주·진보세력 전체를 아울러서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게 함께 통합하고 안정적으로, 쇄신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그런 얘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겠다"고 헀다. 이는 선거제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무능하고 또 한편으로 무책임하기까지 한 윤석열 정권 정권의 역주행 폭주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며 "민주당이 져야 할 책임이 참 크다. 힘을 모으고 또 한편으로 새로운 변화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께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그는 "부족한 것도 많고 해야 될 일도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서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연쇄 회동을 추진하는 등 통합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신인 두 전직 총리에게 당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는 취지지만,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힌 이낙연 전 대표의 공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당내 분열을 봉합하겠다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오는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다만 이 전 총리와의 회동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이 전 총리는 '연말까지는 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며 예정된 언론 인터뷰를 취소하는 등 최근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재명-김부겸 회동에 대해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발표된 내용만으로 보면, 당이 변화할 것인지에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실망스럽다"며 "나로서는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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