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예고글 8초 만에 내린 중국인... 1심 "협박 혐의 무죄"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집행유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을 올린 중국인 남성이 1심에서 협박 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글을 올렸다가 8초 만에 내렸다는 점에서, 협박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왕모(31)씨의 선고공판에서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는 유죄를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8월 당근마켓 커뮤니티 게시판에 "(8월) 혜화역에서 5일 오후 3시에서 낮 12시 사이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왕씨는 8초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에브리타임 등 다른 커뮤니티로 해당 글이 퍼져나갔고, 이내 경찰에 체포됐다. 실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아 살인 예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판사는 "당근마켓에 글을 게시하고 8초 만에 삭제한 것을 보면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왕씨가 직접 쓴) 당근마켓 글이 아니라 (그걸 본 사람들이 퍼나른)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면서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왕씨 글 캡처 사진이 첨부됐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