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와 협력 강화 의지 표명하는 중국…내년 수교 75주년, 밀착 강화 계기될 듯
중국이 북한·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내년 북한·러시아와의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밀착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를 만나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을 바탕으로 한 양국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미슈스틴 총리에게 “내년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점으로 양국이 정치 관계의 긍정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경제사회 발전과 민족부흥 실현 과정에서 계속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에 미슈스틴 총리는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두 차례 만난 사실을 강조하며 “이는 양국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새해에는 러·중 관계가 새로운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제28차 중·러 총리 회담을 갖기 위해 전날 베이징을 찾았다. 양측은 전날 총리 회담에서 무역 교류와 농업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 기업의 상호 투자를 위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며 인적 교류와 지역 협력을 증진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양국은 총리 회담 직후 세관, 검역, 시장감독 등의 여러 협력 문서에도 서명했다.
중국은 앞서 북한과도 내년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한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 베이징을 찾은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중국과 조선(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양당과 양국 전 세대 지도자들이 직접 수립한 귀중한 자산”이라며 “내년 수교 75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해 중·조 우호 협력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하루 전 회담을 가진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박 부상은 내년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 우호 협력 관계를 심화하고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북·중·러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5년, 10년 단위의 정주년을 특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이 중국과 북·러간 수교 75주년이 되는 만큼 이를 기념한 상징적인 행사들을 계기로 양측 고위급 교류 등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북한 측 고위급 인사가 외교 회담을 위해 중국을 찾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본격적인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밀착 구도 속에서 북한·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양면성을 갖는다. 북한·러시아와의 관계를 대미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3각 대결 구도가 부각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러시아와의 3각 협력 구도를 가져가기 보다는 양자 관계 관리를 통해 대북·대러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짜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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