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병원 예약하려면 돈 내야?"… 똑닥만으로 접수받는 병원들
소아과 '오픈런'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병원들이 '똑딱' 같은 유료 예약·접수 앱으로 예약 접수한 환자만 진료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의료법이 정한 진료 거부에 해당할뿐더러 노령층 등 디지털 격차가 큰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과 건강보험제도를 훼손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어쩔 수 없이 유료앱을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앱으로 생기는 편의성도 큰 만큼 모든 이용자에 개방되는 공적 기반의 무료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일련의 사태의 원인이 되는 1차 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보건복지부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부터 10일까지 병원 진료 거부 민원 신고 30건이 접수됐다. 서울 강남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중구, 경기도 수원시 등지의 의원들이 월 1000원, 연 1만원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유료앱 똑닥으로만 진료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는 게 복지부의 유권해석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8일 각 지자체에 일부 의료기관에서 특정 앱 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만 진료 접수나 예약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외의 진료 접수를 받지 않고 진료 요청을 거부한다면 이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니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특정 접수 방법으로 인해 제한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민단체 등도 똑닥 앱으로 인한 의료접근성 제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일부 계층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하고 건강보험제도 운영의 원리에 영리기업의 사적 이익이 결합돼 한국의료체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참여연대가 개최한 '똑닥 앱 문제를 통해 본 우리나라 의료접근성 문제 진단 좌담회'에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중개앱이 공적 사회보험 기반의 한국 의료체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점이 문제"라며 "전체 진료체계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앱 사용료 월 1000원을 사실상 진료비의 일환으로 본다면 이는 건강보험제도의 우회적 훼손이라고도 지적했다.
공적 기반의 무료 앱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중개 부분은 민간이 진입해 공적인 건강보험진료를 알선하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남겨둬서는 곤란하다"며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예약 서비스 등의 고도화만의 문제라면 이러한 예약 서비스에 대한 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약 서비스 앱 등의 공적기반 무료 앱이 공급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도 "현 의료법 체계에서 의료기관이 똑닥과 같은 예약 앱을 가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한 의료접근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앱 가입으로 인한 편익이 크기 때문에 건보공단 등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예약 앱 무상 서비스를 해 의료이용자나 의료기관 모두에게 개방하면 진료거부나 의료접근권 침해의 법익 침해의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 중개행위는 시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공익의 침해가 된다"며 "의료기관 중개가 영업이 되는 업태는 근본적으로 금지·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 위원장은 "1차 의료체계의 부재로 의료기관 쏠림현상,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시간, 중개앱 활성화가 생긴 것"이라며 "1차 의료체계를 복원해 전국민 주치의제 혹은 환자등록제를 도입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소아부터 주치의 사업 등이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도 "소아과 오픈런의 핵심은 1차 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재 때문"이라며 "소아 주치의제 같이 행위별 수가제에서 독립된 1차 의료 역할을 부여받은 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은미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소아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진료 유형별 예약과 현장접수 비율 조정, 지역별 공공어린이병원 설립 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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