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 금리 더 안오른다…한은 통화정책 독립성 커져"
"정부 물가관리 긍정적 효과거뒀지만 공짜는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기대와 관련해 한은이 물가 등 국내 요인만 고려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펼 환경이 강화됐고 평가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발언과 관련해선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논의를 시사한 건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라며 분야에 따른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20일 한은 별관에서 개최한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 FOMC 이후 미국이 금리를 확실히 더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자리 잡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화 됐고 (우리나라도) 통화정책을 펼 때 제약조건 하나가 풀린 게 사실"이라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와 관련 "금리 인하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는 파월 의장의 말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입장이 크게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론 연준이 내년 금리를 어느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물가가 예상대로 안정된다면 통화정책의 방점을 성장과 가계부채 중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성장과 트레이드오프(Trade off·양자택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금리정책을 할 때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조정을 방해하는지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를 보자면 부문에 따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회복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부분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섹터가 많고 취약계층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문을 타깃으로 한 부양책이 필요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경제는 IT 분야에 편중된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며 "IT부문을 제외하면 내년 성장률은 1.7%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12월 물가상승률이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후 추세적 둔화 흐름이 이어져 내년 연말쯤 물가관리 목표(2%)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 : 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경로 변수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꼽았다.
우선 국제유가는 글로벌 수요 부진 우려, 중동사태 확산 가능성 축소 등으로 70달러 중반(두바이유 기준)으로 내렸지만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추가 감산과 지정학적 정세 불안, 기상이변 등 상방리스크가 여전하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잇따른 기상여건 악화 영향으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가격 조정이 보통 연말·연초에 집중되는 경향을 띄는 만큼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정부 측면에선 전기·도시가스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물가관리를 해서 그만큼 물가가 많이 안 올라 (물가관리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며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유류세 인하 등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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