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동성커플 축복’ 허용···“한걸음 진전 환영” “한국 교회만 뒤처져”
교황청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커플 축복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일 오전 ‘교황청의 동성커플 축복 허용 공식화 환영’ 논평을 내고 “동성커플을 축복하는 것조차 불가하다던 입장이 여기까지 변화한 것은 수많은 사람의 토론과 설득의 결과이기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견고한 전통의 벽도 평등으로 나아가며 바뀔 수 있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사제는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진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선언문을 공식 승인했다.
혼인평등법 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 이호림 활동가는 “교황청 선언 소식이 전해진 뒤 종교적 배경이 있는 성소수자들의 모임들에서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가톨릭 정체성을 가진 동성커플에게 환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 상임활동가는 “바티칸 정부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문서이고 교황이 최종 승인을 했기 때문에 돌이키기 어려운 문서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면서 “같은 부처가 2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그 안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2021년 가톨릭 사제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었다. 2년 만에 교황청 내 같은 부처에서 동성커플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다만 이번 선언문에 동성 간 혼인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 조항이 달린 만큼 미완의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활동가는 “이미 가톨릭 배경을 갖고 살아가는 동성 부부가 있어서 이들의 삶을 더욱 포용하려는 자세가 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교황청과 정반대 입장인 한국 개신교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전했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이동환 목사를 출교 처분한 데 대해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엑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교황은 동성애를 축복하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의 목자는 성소수자 옹호 발언을 했다고 성직을 박탈당한다” “교황도 동성커플 축복을 허가한 시대에 목사를 고소한 한국 기독교는 반성하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장 활동가는 “이 목사가 했던 축복을 신앙적으로 허용한다는 문서가 나온 것”이라면서 “이 목사에게 출교 조치를 한 대한감리교가 신앙적 근거가 부족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했다.
이 목사가 2019년부터 퀴어퍼레이드 등에서 집전해 온 축복식은 이번 교황청 교리 선언문이 허용한 것과 같은 행위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8일 교회 재판을 열고 축복식 집전을 이유로 이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하고 항소하려면 3500여만원을 내도록 했다.
이 목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교황청 소식이 반가운 한편 부러웠다”며 “성소수자 축복을 했다고 출교하라는 한국 개신교는 오히려 중세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해외 유수의 개신교에선 이미 성소수자 총회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개신교는 시대착오적으로 하고 있다”며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가톨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변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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