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전채 만기 18조...‘흑전’에 차환 부담 줄어드나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2.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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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인하 추세 지속에
한전채 투자자 7% 수익권
내년 차환 물량 몰려있지만
증권가, 8조 연간 이익 기대
“자금 조달 수요 낮을 수도”
한국전력.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한국전력 채권(한전채) 발행량이 줄고, 시중 금리가 내리면서 한전채 투자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문제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한전채 물량이 18조원이 넘어 차환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한전의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과 자구 노력으로 인해 시장 우려만큼 차환 발행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표면금리 5.99%, 듀레이션(잔존만기) 2년으로 발행된 ‘한국전력1309’ 채권의 시중 금리는 이달 20일 기준 3.83%까지 하락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해당 기간 한전채 가격은 상승했다.

증권가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전력1309 채권의 이자 수익을 포함한 세전 총투자수익률은 7.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내 자금시장 교란을 유발한 레고랜드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선언이 잇따르면서 시중금리 인하가 채권 수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 한전채 만기 물량이 집중돼 있다는 점은 수급에 부담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 물량 규모는 18조6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만기액의 3배가 넘어서는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내년 1분기 1조7600억원, 2분기 4조2500억원, 3분기 4조3600억원, 4분기 8조2900억원으로 연말로 갈수록 만기 물량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보통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발행사는 사채를 갚거나 차환 발행으로 리파이낸싱에 나선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은 그동안 한전채 차환 발행을 지속하며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 지난해 고금리 환경이 찾아오면서 이자 부담이 큰 장기채 발행은 줄이고, 단기채 발행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내년 18조원의 만기 물량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한전의 차환 발행 수요가 시장의 수급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시중금리 인상으로 현재 한전채 투자로 이자 수익과 더불어 평가 자본 차익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특히 만기 물량이 집중돼 있는 11~12월에 수급 부담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시장의 우려만큼 한전의 차환 발행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또한 주변 국가로 확전되지 않으면서 에너지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리로 인해 미뤄왔던 전기요금 인상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2024년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8조315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기요금 인상, 천연가스 수급 안정화로 인해 전기 판매가격과 원가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한전은 최근 중장기 재무전망 수립을 통해 자산 매각, 경영 효율화로 8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 노력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자회사인 한전KDN 증시 상장 후 보유지분 20% 매각해 적자 폭을 줄일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배당 등을 통해 기존 사채 발행 잔액이 한도에 충족되게끔 연내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8조~10조원 범위로 들어온다면 추가 외부 자금 조달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어 향후 발행량 추이는 한전의 내부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 관련 기업금융 관계자는 “한전채 차환 발행 물량이 줄어든다면 수급 효과로 인해 한전채 강세(금리 하락)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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