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사용후핵원료, 매년 제목만 바꿔 연구 지속이 카르텔"

"8가지 R&D 카르텔 있다"…구체적 실체 언급

지난 11월 28일 호남권 이공계 학생 간담회에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과학기술계 연구개발(R&D) 카르텔의 예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예산 삭감의 배경이 된 ‘카르텔 몰이’ 실체를 밝히라는 과학기술계와 국회의 요구에 정부 관계자가 직접적인 사례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 차관은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제74회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서 카르텔의 정의와 8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8가지 사례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업체에 사업을 주고 사업 일부를 특정 교수에게 주는 편법, 출연연이 해당기관 출신 교수들에게 과제를 제공하는 관행, 수년간 제목만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원료 분야 등의 연구, 기술이전 관련 가치 평가 이전에 이전료를 협상해 일부 금액을 사적으로 지원받는 사례, 연구 여력이 없는 교수들에 대한 연구비 지급,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역량이 미흡한 중소기업의 브로커가 대행 후 성공보수를 받는 사례, 연구재단 등이 과제 제안을 특정 연구실만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사례, 선정 평가 시 편파적인 결정을 하는 사례 등을 꼽았다. 

조 차관은 이번 발표 자료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과기정통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언급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R&D 카르텔’이라고 직접 말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카르텔 얘기를 하다가 과학기술 얘기를 해서 마치 직접 과학기술 카르텔을 지적한 것처럼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