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물류대란 우려에 해운株 강세라는데… 2021년 수에즈 사태 돌아보니

정민하 기자 2023. 12.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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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20% 오르며 사흘째 상승세
2년 전에도 수헤즈 운하 막혀 강세였지만
일주일 만에 사태 해결로 상승분 반납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홍해 인근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해운사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이에 해운사의 주요 수입원인 해상 운임이 상승하는 등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해운주(株)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태가 지난 2021년 수에즈 운하 좌초 때처럼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 오히려 주가 급락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공개된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의 모습.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이날 홍해 입구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스트린다호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스트린다호 운영사 J. 루드비히 모윈켈스 레데리 제공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이자 해운업 ‘대장주’ HMM은 전 거래일보다 3670원(19.91%) 오른 2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MM 주가는 18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흥아해운, KSS해운, 대한해운, STX그린로지스 등 다른 해운주도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국내 2위 해운사이자 하림 그룹 산하 해운사 팬오션만 HMM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 우려로 2.32% 주가가 내렸지만, 사건이 불거진 18일엔 4% 이상 상승했다.

최근 해운업종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있다. 친이란 반군인 후티가 이스라엘과 관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며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은 것이다. 이곳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곳이 홍해 운송 중단을 밝힌 상태다. 8위 HMM을 비롯해 세계 1위 MSC(스위스)와 2위 머스크(덴마크), 3위 CMA CGM(프랑스), 4위 코스코(홍콩), 5위 하파그로이드(독일), 7위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일본) 등이다. 대신 이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방안을 택했는데, 이 경우 9~14일 정도 더 걸리는 일정으로 그만큼 물류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그래픽=박상훈

게다가 연말연시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어 해상운임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반영한 지수로, 매주 금요일 발표된다. 지난 15일 SCFI는 전주 대비 5.9% 상승한 1093.52포인트를 기록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사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기로 하면서 중국-유럽 노선 운항 거리가 평균 20~30% 길어질 전망”이라면서 “전쟁보험료 등 여러 할증료도 반영되면서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2021년 발생한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당시 해운업종 주가 급등락 현상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나마 선적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 좌초돼 6일간 항로를 막았던 사고로, 당시 해운사들도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희망봉 우회를 선택한 바 있다. 사건이 발생했던 한 주(2021년 3월 22~26일) 동안 HMM의 주가는 약 40% 급등했고, 팬오션(8.2%)과 대한해운(8.2%)도 강세를 띠었다.

2021년 3월 25일 공개된 이집트 수에즈 운하 위성사진. 좌초된 대만 국적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로를 막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사고가 일주일 만에 정리되면서 해운주는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수에즈 운하가 예상보다 빨리 뚫리면서 상승 동력이 없어지자,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사건 발생 다음 주(2021년 3월 29~4월 2일)를 보면 HMM과 팬오션은 각각 17.9%, 10.8% 하락했고, 대한해운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이번에도 사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될 경우 제한적인 운임 상승으로 주가의 단기 급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사태가 장기화하면 오히려 해운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도 물론 있지만, 동시에 해상 보험료가 올라가는 등 추가 비용도 상승해 무조건 향후 기업 실적과 주가에 좋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HMM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한 달 전 572억원에서 지난 19일 기준 21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내년 1분기 역시 반년 전 2732억원에서 300억원으로 90%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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