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없다" 두산 111억 1위, 키움은 49억 아꼈다…샐러리캡 어떻게 지켰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KBO는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한액을 114억2638만원으로 정했다. 2021~2022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를 계산한 결과였다.
KBO 10개 구단은 비시즌 전력 보강 및 연봉 협상을 할 때 예년보다 더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들겨야 했다. 돈 관리를 야무지게 해야 샐러리캡 상한액을 지키면서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
상한액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KBO는 샐러리캡을 초과해 계약하는 경우,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2회 연속하여 초과 시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하여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을 납부해야 하고 다음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샐러리캡 상한액을 지키지 못했을 때 연쇄적으로 구단에 불이익이 생기는 구조다.
제도 안에서 가장 돈을 펑펑 쓴 구단은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111억8175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샐러리캡 상한액에 2억4463만원 여유를 남겨 불이익은 피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겨울부터 전력을 구상할 때 "샐러리캡에 그리 여유가 없다"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었다.
두산이 이토록 몸집이 커진 것은 장기 계약한 고액 FA들이 많아서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하면서 왕조를 구축했다. 왕조를 이끈 주축 선수들은 전성기를 누렸고, 해마다 FA 자격을 얻으면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산이 FA로 풀린 주축 선수를 모두 붙잡는 것은 역부족이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나서 잡을 선수는 대부분 잡았다.
두산은 이때 계약 기간을 늘려 총액을 높여주는 전략을 썼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허경민(4+3년, 8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올 시즌을 앞두고는 포수 양의지(4+2년, 152억원)에게 같은 전략을 썼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거포 김재환과 4년 115억원에 계약했다. 이들이 112억원에 가까운 상위 40명 연봉 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겨울에는 FA 최대어로 꼽혔던 거포 양석환을 4+2년 78억원에 잔류시켰다. 양석환까지 고액 연봉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내년 샐러리캡도 관리하기 빡빡해졌다.
2위는 SSG 랜더스로 108억원4647만원을 기록했다. SSG는 최근 유행처럼 번진 비FA 다년계약을 여러 건 추진하면서 몸집이 커진 케이스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을 각각 5년 총액 65억원, 5년 총액 55억원에 붙잡았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4년 총액 151억원에 계약했고, 중심타자 한유섬과도 5년 6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SSG는 선수들의 요구도 들어주면서 샐러리캡 제도도 지키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했다. 김광현에게 2022년 연봉으로 81억원을 몰아준 게 대표적이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내야수 최주환은 4년 42억원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올겨울 2차드래프트로 팀을 떠날 길을 열어줬다. 최주환 역시 고액연봉자였기 때문. 최주환의 남은 계약 기간 연봉은 이제 2차드래프트 지명팀인 키움 히어로즈가 떠안는다. SSG는 이외에도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원클럽맨 김강민이 2차드래프트로 한화 이글스로 떠나는 일이 발생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SSG 베테랑 추신수는 내년 시즌 뒤 은퇴를 결심하고 최저 연봉 3000만원만 받고 백의종군하기로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3000만원 전액을 기부한다. 샐러리캡과 무관하지 않은 결정이다.
두산과 SSG를 포함해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100억원을 넘긴 구단은 모두 6팀이었다. 3위 LG 트윈스는 107억9750만원, 4위 롯데 자이언츠는 106억4667만원, 5위 삼성 라이온즈는 104억4073만원, 6위 NC 다이노스는 100억8812만원을 기록했다. 전력 보강에 있어서 늘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팀들이 대부분이다.
7위 KIA 타이거즈는 98억7771만원, 8위 kt 위즈는 94억8300만원, 9위 한화는 85억3100만원을 썼다. 이중 kt는 10개 구단 가운데 3번째로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올해 최하위에 그친 키움은 상위 40명 연봉 총액에서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64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상한액 대비 49억7438만원을 아꼈다. 이정후가 올해 연봉 11억원, 김혜성이 4억2000만원을 받는 등 고액 연봉자가 없지는 않았지만, 키움은 전통적으로 젊은 선수들 육성에 주력하는 구단이라 몸집 자체가 크진 않다.
키움은 쓰는 돈 대비 벌이가 컸다. 2021년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포스팅 비용으로 552만5000달러(약 71억원)를 안긴 데 이어 올겨울은 이정후가 포스팅 비용으로 1882만5000달러(약 244억원)를 안겼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아시아 야수 최고액 계약을 따내면서 원소속팀 키움에도 좋은 일을 했다.
이정후는 키움에 거액의 포스팅 비용을 안기면서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BO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올해부터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2023년 구단별 연봉 산출 결과 샐러리캡 상한액을 초과한 구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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