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악영향 끼칠라…공공의대·지역의사 논의에 정부 난감
공공의대는 2020년 의대 증원 좌절시킨 '주범'…의협, 즉각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안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며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오던 정부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의대 증원 규모의 논의도 끝맺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문제가 등장하면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각각 통과됐다.
주무 부처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였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선발,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지역의사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공공의대 법안은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공보건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지부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이 한창 의료계와 논의 중이던 의대 증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지금 의대 정원 확충 규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역의사 선발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 후 다시 심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을 무산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 장관은 "공공의대법은 2020년 당시 학생 불공정 선발 우려, 의무 복무의 위헌성과 실효성 등 사회적 논란이 있어 논의가 중단됐다"며 "이러한 쟁점에 대해 추가 논의 없이 의결을 추진한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이라고 했다.
공공의대 신설은 정부가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이 가장 반발했던 사안이다.
당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 집단 휴진하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면서 의료계에 대혼란이 벌어졌고, 결국 의대 증원마저 좌절됐다.
이 때문에 복지부 역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껴왔는데, 국회 복지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서 당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2020년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오랜 기간 의대 증원에 공을 들여왔던 터라,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법안 통과가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은 물론이고 지방의료원과 병원, 의대 관계자 등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계속 간담회를 열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확충 방안을 논의해왔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향후 발생할 모든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제대로 된 부속병원이 없는 공공의대는 의학교육의 현저한 질 저하를 초래해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 통과를 환영하며 '신중히 검토해달라'는 복지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과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가 복지위를 통과한 데 환영한다"며 "의대 정원을 공공의대 중심으로 확대해 필수·공공의료 분야 의사 부족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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