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보호 10년간 헛발질…일요일이 오답이였다는데 ‘무슨 일’?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12.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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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결제액 분석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청주시에서 외려 전통시장 매출이 늘어났다는 자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무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바뀌면, 대형마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전통시장은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반대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대형마트 주말 영업 제한이 존립 근거를 잃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카드 결제액 보니 “의무휴업 변경 후 시장은 3% 증가, 마트는 0.8% 하락”
20일 매일경제가 현대카드 결제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주시가 지난 5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꾼 뒤, 청주 대표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의 5~10월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반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결제액은 0.8% 축소됐다.

2012년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한 청주시는 올해 대형마트, 전통시장과 함께 오프라인 채널의 상생 방안으로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논의했다.

청주시가 지난 3·4월 진행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대한 시민의견 조사’에선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데 66.7%가 찬성했다.

이어 지난 5월 전국 지자체 중 두 번째로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실시했다.

청주시 휴무일 변경 후 전통시장 매출이 더 크게 증가했다는 자료는 현대카드 외에도 확인된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5~10월 육거리시장 결제액이 8.6% 늘어난 데 비해, 마트 3사의 결제는 1.1%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왜 이런 결과가? “평일엔 시장으로, 주말엔 마트로 분산 효과”
주말과 평일을 나눠서 보면 의무휴업일 변경이 미치는 영향이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평일에 청주시 현대카드 결제액은 육거리시장에서 6.2%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에서 무려 13%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육거리시장 주말 결제액은 3.1% 빠지고, 대형마트는 21% 대폭 늘어났다.

육거리시장은 평일 결제액 증가분이 주말 결제액 축소분을 상회하며 전체적(평일+주말)으로 3.2% 증가했고, 대형마트는 평일 결제액 감소분이 주말 결제액 상승분보다 웃돌며 전체적으로 소폭(-0.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통시장은 평일에, 대형마트는 주말에 더 찾으면서 요일별로 분산 효과가 발생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의무휴업일 변경 이후 전체 매출이 다소 줄었음에도 주요 대형마트는 환영할 만한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말 결제액이 21%나 상승한 것은 가족 단위 고객 등 대형마트를 주로 찾는 소비층이 돌아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의무휴업 때문에 번번이 대형마트 주말 방문을 포기했을 고객들이 다시 찾아옴으로써 고객 만족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말에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은 단순히 장만 보는 게 아니라 나들이 개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휴업일 변경 초기라서 시민 전반으로 제도 홍보가 덜 됐지만, 향후 의무휴업일이 평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마트 매출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트와 시장 상생 가능할까
물론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 두 개 회사의 자료만으로 ‘마트 휴업일 평일 변경은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다소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마트 휴업일이 주말로 유지되는 편이 골목상권 보호에 더 낫다’는 주장 또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반례가 잇달아 등장하는 것으론 해석할 수 있다. 청주에 앞서 대형마트 평일 휴업을 도입한 대구광역시에서도 전통시장을 포함한 모든 상권 매출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 10년 간 유통업태가 대폭 변경했음을 반영해 업계 규제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2년 대형마트 영업 시간 규제가 본격화했을 당시, 마트와 골목상권의 대립 구도는 유효했지만, 현재는 대형마트 위상이 크게 꺾인 상황이다. 대신 이커머스는 365일 24시간 영업하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통업계 업태별 매출 구성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월 19.9%에서 지난달 10.9%로 떨어졌다. 반면 온라인 판매 점유율은 같은 기간 31.4%에서 51.9%로 상승했다. 올해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원을 최초로 돌파한 가운데, 대형마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5년 새 점포 수가 약 30개 감소했다. 유통업계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가운데 대형마트는 영업시간과 출점 제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다만, 대형마트 주말 영업 제한이 ‘골목상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선 마트 또한 골목상권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효성 없단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있어선 소상공인 보호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대형마트가 시장과 상생모델을 만들고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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