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또 오른다…비둘기가 이끄는 美 산타랠리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들 '비둘기 모드'
월가 "내년에도 시장 낙관론 이어질 것"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뉴욕 증시가 연말 거침없는 산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비둘기파 모드에 투자 심리가 달아오르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때 5%를 넘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 아래로 떨어지면서(국채가격 상승) 주식과 채권이 동반 랠리를 보이고 있다.
다우지수 연일 최고치 경신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8% 오른 3만7557.92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 지수는 9거래일 연속 올랐는데, 그 중 최근 5거래일째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9% 상승한 4768.37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66% 오른 1만5003.22에 마감하면서 1만50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가 1만5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이다. 나스닥 지수 역시 근래 9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연말 증시가 예상보다 더 강한 랠리를 보이는 기저에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있다.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이후 투자 심리가 타오른 것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장 심리지수는 이달 3.4로 전월(2.5) 대비 큰 폭 상승했다. S&P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증시 낙관론을 보여준다. BofA의 조사는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성장률 기대치와 현금보유 수준, 전체 자산 중 주식에 배분한 비율 등을 종합해 1부터 10까지 점수화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조사를 이끈 마이클 하트넷 분석가는 “자산 가격의 새로운 동력은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새해 ‘골디락스’ 시나리오 기대감에 대한 낙관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에 응한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91%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끝났다고 봤다. 아울러 70% 이상은 연착륙 혹은 무착륙(노 랜딩·no landing)을 내다봤다. 경기 침체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셈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슬리먼 선임매니저는 “뉴욕 증시가 (초강세를 보였던) 2년 전과 비슷하다”며 “내년에도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연준 인사들의 경계성 발언이 나오고 있음에도 시장은 개의치 않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우리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끝내지 못했다”며 “첫 금리 인하 시점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연준이 내년 2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급하게 되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3회 인하를 점친 연준의 전망치보다는 적다.
“내년에도 낙관론 퍼질 것”
채권시장 역시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894%까지 떨어졌다. 시트 인베스트먼트 어소시에이츠의 브라이스 도티 수석매니저는 “회사채에 대한 전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밝다”며 “금리 인하는 모든 기업에 혜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글로벌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주춤하면서 이같은 흐름에 힘을 실었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2021년 7월 이후 최저다. 전월(2.9%)보다 낮았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유럽전략가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둔화하면 경기 침체를 피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이틀째 상승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34% 오른 배럴당 73.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간 상승률은 2.81%다. 국제유가 급등은 이번 인플레이션 시기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후티 고위 관리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는 이날 한 이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나라의 선박은 홍해에서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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