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할머니들이 3·15 의거 불씨 살렸다”···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계기로 일어난 1960년 3·15 의거 이후 노인층이 주도적으로 항거를 이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3·15의거 할아버지·할머니 시위’ ‘부산 시위대 마산 원정 시위’ 등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두 시위가 3·15 의거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석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경남 마산 지역의 노인들은 1960년 4월24일부터 이틀간 마산 시내에서 이승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노인들은 시위 당시 ‘정·부통령 선거 다시 하라’ ‘책임지고 물러가라’ 등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3·15 의거는 경남 마산 지역에서 일어난 이승만 자유당 정권 항거 시위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경찰의 무차별 발포와 폭력 진압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마산 지역의 고등학생 등이 주도해 일어난 항거로 알려졌지만, 진실화해위 조사로 노인층도 이 항거에 적극 참여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한국 사회 민주화 운동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노인층의 시위가 확인됐다”며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통제 등으로 사실상 시위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노인들이 시위를 주도해 많은 시민의 호응과 참여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할머니 시위는 1960년 3월15일 이후 여러 차례 국가권력의 폭압적 모습을 목도한 마산 민중들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이라며 “지역 노인들이 주도해 정권 퇴진을 외쳤다는 것은 3·15 의거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1960년 4월26일 일어난 부산 시위대의 마산 원정 시위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해당 시위 도중 시민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는 이 시위로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3·15의거 희생자는 총 14명에서 총 16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해 4월26일 아침에는 부산 서면 지역에 노인을 비롯한 약 20만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들 중 일부는 차량에 탑승해 마산 지역으로 갔다. 당일 오전 10시30분에는 이 전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했다. 이후 시위대 일부는 부산으로 귀환했고, 일부는 마산 시민들이 제공한 마산상고 강당, 무학국민학교 교정, 민가 등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부산으로 귀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 시위대 마산 원정 시위는 고등학생, 청년 등을 중심으로 여러 계층이 참여했다”며 “시위의 주된 타격 대상이 파출소 등 정권의 폭력적 억압기관과 자유당 관련 시설이었다는 점 등에서 3·15 의거와 4·19 혁명 시위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3·15 의거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문을 연 진실화해위 ‘3·15 의거과’는 307건의 조사 건을 처리해 292건의 진실규명을 했다. 33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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