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초라하게 사라진 윤핵관…한동훈은 與 구원할 수 있을까?

김미경 2023. 12. 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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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정보고회에서 지지자가 직접 쓴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먹고 있다. 오른쪽 부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연합뉴스

◇A컷

비대위원장 추대 가시화…한동훈은 고민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설과 관련해 "어떤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정치권의 우려와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의 정치 메시지를 냈다.

한 장관은 우선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평가에는 "누구도 맹종하지 않는다"고 발끈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대위원장을 맡기에는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길이 되는 것이고,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저한테 꼭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더라"며 "기본적인 내용을 보면 몰카 공작이 맞다"고 핵심을 비켜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했으나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은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한 장관은 20일 다시 국회를 찾아 기자들로부터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법안을 총선 이후에 낸다면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드린 말씀에서 특별히 더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또 '모든 길이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고 한 것은 사실상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올라가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B컷

윤핵관은 어디로…대표직 내려놓은 김기현, 불출마 선언 후 눈물지은 장제원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압박에도 버티고 버티던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결국 내려왔다. 김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장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타이밍을 놓친 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내려놓음은 희생이라는 아름다운 명분도, 혁신이라는 내실도 없는 초라한 퇴진이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표직 사임을 발표했다. 여당 대표가 공개 기자회견도 아니고 당 공식 회의석상도 아닌 SNS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당원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혁신위가 요구했던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의 추가 입장 표명은 없어 내년 총선에도 지역구를 유지하며 출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며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히던 장 의원은 "나를 밟고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달라"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장 의원은 김 전 대표가 사퇴하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떠난다"며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에서 3선을 한 장 의원은 지난달 11일 혁신위의 험지출마 요구에 자신의 지역구 행사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반기를 들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여러 장을 게재하고,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명 회원이 운집했다"고 세를 과시했다. 특히 장 의원은 "(혁신위가) 서울을 가란다, 저보고"라며 "저는 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혁신위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 만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마지막 의정보고회를 갖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해 윤석열 대통령이 3년 반 뒤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고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의 퇴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울산과 부산을 지역구로 한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이 총선 출마 의지를 꺾지 않자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뒤늦은 두 윤핵관의 퇴진이 총선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토마토'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 16~17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김 전 대표 사퇴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32.8%, '국민의힘 총선 승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은 46.7%, '잘 모름'은 20.5%로 나타났다.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보다 13.9%포인트나 많았다.

◇보너스컷

논란의 떡볶이 먹방

윤석열 대통령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실패한 뒤 유치전에 함께 한 재계 총수들을 대동하고 부산을 위로 방문했지만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과 함께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 튀김, 빈대떡 등을 함께 먹은 윤 대통령은 부산 시민들에게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으나 부산을 거점도시로 육성한다는 정부 계획은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며 실망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을 무마하는데 재계 총수들을 동원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해외순방마다 재계 총수들을 동행하게 한 것뿐 아니라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있기 전 찾은 프랑스 파리에서는 총수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져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엑스포 유치전이 왜 잘못됐는지 백서를 써도 시원찮을 판에 기업 총수들 다시 불러가지고 (부산에서) 떡볶이 파티를 한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느냐"고 일침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지난 19일 JTBC 유튜브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제일 잘하는 것과 못한 것을 하나씩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이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나 외교를 잘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부산 떡볶이 회동에 "별로 못하신 것 같다. 기업인들이 다 바쁘다. (기업인들이 경제사절단으로) 외국에 가는 것은 여러 가지 계약이나 MOU(양해각서)를 할 수 있어 좋은데, 떡볶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고 했다.

떡볶이 논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4~8일 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0.2%포인트 내린 37.4%, 부정 평가는 직전조사와 같은 59.2%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7.2%포인트↓), 광주·전라(1.9%포인트↓), 인천·경기(1.9%포인트↓), 부산·울산·경남(1.3%포인트↓)에서 하락하고, 서울(5.8%포인트↑), 대전·세종·충청(2.7%포인트↑)에서 오르는 등 보수강세 지역에서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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