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공격’ 두고 갈라진 미국 여론…“바이든 지지층 흩어져”
노년층은 이스라엘, 젊은층은 팔레스타인에 공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미국 내 여론이 팽팽하게 쪼개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존 지지층이 가자지구 사태 여파로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공격을 계속 해야 한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3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4%로, 불과 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NYT는 “찬반 비율이 사실상 비등한 수준”이라며 전쟁에 관한 미국 내 여론이 팽팽하게 갈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뉴욕타임스가 시애나대학과 함께 지난 10일~14일 등록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오차범위는 ±3.5%포인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통적인 동맹인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는 답변이 47%로 팔레스타인(20%)보다 크게 높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치 성향·세대·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젊은층으로 갈수록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았다. 65세 이상은 63%가 ‘이스라엘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18세~29세 응답자들은 46%가 팔레스타인 쪽에 더 공감했고, 27%만이 이스라엘 지지 성향을 보였다.
인종별로도 백인은 이스라엘, 흑인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등 엇갈린 답변을 내놓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공화당 지지자의 76%가 이스라엘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 비율이 각각 31%, 34%로 비등하게 나타났다.
이같이 분열된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총기규제와 다양성, 임신중지권 문제 등을 두고 지지층이 결집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가자 사태로 여론이 분열되며 바이든의 기존 지지 집단이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표를 준 젊은 유권자들이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지지층 결속에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5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긍정 평가 비율은 33%에 그쳤다. 내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자는 44%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46%보다 2%포인트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기존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향후 백악관이 가자 사태 중재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바이든 지지층 결집의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콜린 로너(27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가자지구 사태 대응은 나의 가치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하고 싶지 않지만, 이 경우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그것은 정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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