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구정 롤스로이스男’에 징역 20년 구형

정선형 기자 2023. 12.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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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해 차량을 몰다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27)씨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27세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에 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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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조치 없이 도주…피해자 3개월 3주간 뇌사상태 후 사망
범행 당일 향정신성 의약품 두 차례 투여한 뒤 운전…죄질 불량
유족 측 “범죄 사실 다 인정하지 않아 진정한 사과 아니야
‘강남 롤스로이스남’ 피의자 신모(가운데) 씨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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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해 차량을 몰다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27)씨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27세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에 처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약 3개월 3주 만에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등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약물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가 차량 밑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중형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위와 같이 구형했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8시10분쯤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피해자는 지난달 25일 끝내 사망했고, 이에 신 씨의 혐의는 도주치사 등 혐의로 변경됐다. 신 씨는 범행 당일 인근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여받고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를 몬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피해자를 들이받은 뒤 신속히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 씨는 "휴대전화를 만진 기억은 없고, 피해자가 차 밑에 깔려있는 것을 보고 목격자들이 차를 후진하라고 말해 차에 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신 씨가) 현장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경찰에게 체포에 대해 항의하고 농담 섞인 전화를 걸었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그제야 ‘피해자 구호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변명했다"고 말했다. 신 씨 측은 "구호 조치를 빠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술받은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피해자의 유족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1심에서 최소 징역 20~30년을 선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신씨가) 제대로 사죄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 가족이라는 사람이 (피해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왔다고 한 차례 들었으나 거부했다"며 "사과 편지를 전해주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범죄사실을 다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검찰 구형 후 최후진술에서 "고통스러웠을 고인과 평생 고통스러울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잘못을 평생 뉘우치고 사죄하며 살겠다"며 울먹였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권나원 변호사는 "신씨가 구속 전후 시술을 받은 병원과 말을 맞추려 했던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에서조차 무기징역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마약과 교통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과 사회 안전망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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