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흥업소 실장만 믿고 제 발등 찍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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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완패했다.
경찰이 마약 수사 대상에 지드래곤을 올린 것은 유흥업소 여실장의 진술이 시작이었다.
여실장은 경찰에 지드래곤이 다년간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입건한 지드래곤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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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완패했다.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마약 혐의를 벗으면서다. 전 국민이 지켜봤던 만큼 체면도 구겼다. 구체적 제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약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경찰이 마약 수사 대상에 지드래곤을 올린 것은 유흥업소 여실장의 진술이 시작이었다. 여실장은 경찰에 지드래곤이 다년간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를 믿고 진행한 마약 검사 결과는 ‘음성’. 머리카락과 손톱·발톱까지 받아 의뢰했는데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으니, 결과는 뻔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입건한 지드래곤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에 경찰도 나름대로 해명을 내놓았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 제보가 있었다”며 “제보가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는 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마약 범죄는 음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제보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착수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경찰도 할 일을 했다.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이 새어 나왔다는 점이다. 형법 126조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금지한다. 헌법은 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판결 전 피의사실이 알려지면 실제 재판 이전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 될 수 있고, 명예훼손과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찰의 수사 착수 사실은 결과와 관계없이 일반인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며 사안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혐의는 기정사실로 되고, 사회적 낙인까지 찍혀 버린다. 수사 기관이 그래서 무섭다.
그동안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례 대부분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기소로 이어졌다.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해 외부로 공개해 왔다는 의미다.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진술만 믿고 수사를 진행했다가 수사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참사’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지드래곤은 지난 11월 경찰 첫 소환 조사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자성어 ‘사필귀정’을 띄웠다. 모든 일은 결국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조사 후 취재진 앞에선 그는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내심 억울했을 것이다. 다행히 지드래곤은 언론에서 무죄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누명을 벗어냈다. 일반인이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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