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카' 김건우, "내려가는 느낌 받은 2023년...내년엔 못했던 기억 지워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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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김건우를 19일 한화생명의 숙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023년을 두고 강하게 아쉬움을 표현한 김건우는 본인이 생각한 올해의 아쉬운 점과 2024년을 함께 할 팀원들에 대한 생각, 또 내년 시즌의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되돌아본 2023년..."우리도 모르게 후반을 바라봤다"
특히 한화생명의 지난 시즌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승리 패턴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이었다. 김건우와 박도현이라는 두 명의 주포가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후반 지향형 경기 만을 승리플랜으로 삼는다는 말이 팬들과 관계자들의 분석이었다. 김건우 역시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서 그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올해 초반부터 플레이하면서, 누군가 정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후반을 지향하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챔피언도 스타일도 그런 식으로 맞춰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이 후반까지 많이 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서 초반에 끝내야 하는 상황도 분명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건우는 후반 지향형 플레이 스타일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서머 시즌 초반까지 동부권 킬러지만 서구권을 상대로는 약하다는 평을 받았고, 마지막 기회였던 선발전에서도 아쉬운 경기력으로 탈락했다. 김건우는 "강팀들에게는 후반 지향형 플레이가 잘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후반에 가더라도 저희에게 밀릴 것이 없이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경기에서 챔피언 같은 것을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준비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다만 김건우는 '클리드' 김태민의 이탈을 올해 실패의 원인으로 돌리진 않았다. 한화생명은 서머 시즌 중반 주전 정글러인 김태민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서 팀을 이탈했고, 그 빈 자리는 신인인 '그리즐리' 조승훈이 메워야만 했다. 특히 정글러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많은 미드 라이너 입장에선 버거울 상황이 분명했다. 그러나 김건우는 "그런 일들을 프로하면서 겪은 게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고, 아무래도 시즌 중이다보니 저 말고 다른 선수들이나 코치들 역시 힘든 시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저는 제 역할을 제가 잘 했으면, (그 일이 있었지만) 롤드컵까지는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 들어온 '그리즐리'는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다. 그래서 (저에게) 더 아쉬움이 남는다"고 돌아봤다.
김건우는 올해를 되돌아보며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롤드컵을 우승한 지난 해의 영광이 컸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는 "선수라고 하면 당연히 롤드컵 우승을 하고 싶어하는 게 꿈이다. 순서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한다. 차곡차곡 리그부터 잘하며 결국 롤드컵을 드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월즈 먼저 든 입장이 됐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내고 또 올해는 좋지 못한 성적을 내다보니,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고 그러다 보니 더 롤드컵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건우와의 재계약을 마친 한화생명은 박도현을 붙잡은 것에 이어 '도란' 최현준-'피넛' 한왕호-'딜라이트' 유환중이라는 젠지 쓰리핏의 주역들을 한꺼번에 영입하면서 로스터를 완성했다. 김건우 역시 달라진 라인업에 기대감을 표했다. 김건우는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만큼, 작년에 비해 더 다양한 승리 패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화생명 로스터의 특이한 점은 새로 영입된 세 명의 선수들은 LCK 우승컵은 있지만 월즈 우승이 없고, 반대로 재계약을 체결한 두 명의 선수들은 월즈 우승은 있지만 LCK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의 목표는 서로 부족한 우승컵을 채우는 것일까. 김건우는 이에 대해 "두 명은 월즈가 있고, 세 명은 리그가 있다. 리그가 있는 선수들은 월즈에서 못하고, 월즈가 있는 선수들은 리그에서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이번에 하게 된 선수들이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본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합을 맞추면 각자의 못했던 대회에서의 기억을 지워낼 수 있다고 본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김건우를 본인의 팀을 3강으로 꼽는 일부 예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초호화 라인업을 구성한 만큼, 지난 해 롤드컵을 우승한 T1이나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리빌딩을 마친 젠지와 함께 3강으로 꼽히고 있는 팀이 한화생명이다. 그러나 김건우는 "붙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시즌 전 예상이나 예측은 맞는 걸 보지 못한 것 같다. 저만 해도 경기나 성적에 대해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간 경우가 많다"면서 "생각보다 잘 할 것 같은 팀도 많다. 광동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잘 할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또 팀합적으로도 2년을 맞춘 팀이다"고 덧붙였다.
▶솔로 랭크 1위 찍은 '제카'..."솔로랭크는 나의 최선"
특히 김건우는 지난 시즌 '스태틱의 단검'을 활용하는 아칼리 등 다양한 빌드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로 솔로 랭크를 꼽았다. 김건우는 "아이템 트리 같은 경우 스스로 누군가의 빌드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솔로 랭크에서 본인이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타입이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최선이 솔로 랭크라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솔로 랭크에서 화제가 된 게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건우는 아칼리를 플레이하면서 제이스를 상대로 1레벨에 q 스킬 '오연투척검' 대신 e 스킬인 '표창곡예'를 선택한 뒤 1레벨에 솔로 킬을 만들어내면서 본인의 하이라이트를 추가했다. 이 게임에 대해 김건우는 자신감으로 플레이했다고 요약했다. 그는 "아칼리 대 제이스 구도 자체가 근거리 대 원거리 구도라 제이스가 편하게 압박할 수 있는 구도다. 원래 아칼리가 e를 맞추기 어려워서 보통은 q를 찍는다. 그런데 제이스가 아칼리에게 평타를 때릴 때 그 타이밍을 맞추면 e를 맞출 수 있다. 못 맞출 경우 리스크가 크지만, 자신 있게 해서 맞춘다면 리턴 역시 그만큼 크다. 결국은 자신감으로 플레이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건우는 다음 시즌 선전을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워크샵도 다녀왔는데, 게임을 많이 해보지는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성적을 내본 선수들이다 보니 생각하는 것이나 플레이하는 것이 결이 비슷해서 편하다. 외적으로도 좋아서 재밌게 지내고 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 잘 해서 스프링에서 성적을 잘 내고, MSI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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