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치료는 이제 끝’ 충북 공공 어린이 재활 의료센터 가보니[현장에서]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충북권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센터. A양(3)이 모형 칫솔과 치약 등을 만지며 언어재활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칫솔을 집어 든 A양이 우물거리자 “이건 칫솔이에요”라고 언어재활사가 설명했다. 언어재활사는 A양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A양이 입을 떼기를 유도했다.
B씨는 “딸 A양이 말을 잘 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물건을 가리킨다”고 속상해했다. 40대인 B씨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를 위해 이날 처음 이 센터를 찾았다.
그는 “재활 치료는 빨리 시작하면 좋다고 해 청주지역 재활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지만 대기 환자가 많아 녹록지 않다”며 “언어치료의 경우 많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아동을 둔)다른 부모들은 대전과 세종에서 재활치료를 하는데 우리 집은 A양 말고도 자녀가 2명이나 더 있어 원정치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충북권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센터가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애아동들에게 전문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첫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센터가 지난 7일 충북에서 개원했다.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재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충북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청주의료원 일원에 들어선 이 센터는 연면적 1815㎡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이곳은 낮병동(부분입원 병동), 수치료실, 로봇치료실, 언어·작업치료실, 병원학교 등을 갖췄다. 또 전문의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재활사, 사회복지사 등도 배치됐다.
20개의 병동을 갖춘 낮병동은 외래와 입원의 중간 형태로 운영된다. 장애아동들은 이곳에서 휴식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병원학교에는 충북교육청 소속 교사가 배치돼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운영은 청주의료원이 맡았다. 청주의료원은 이곳에서 초기 장애 진단 부모 교육, 학교 입학 적응 프로그램 등 장애 아동의 생애주기별 사례 관리 등을 진행한다. 또 일반 병원 등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어린이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2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같은 해 3월부터 정식운영에 나선다.
충북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18세 미만 충북지역 장애아동은 2945명이다. 충북지역 장애아동들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불편을 겪어왔다. 충북에 재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4곳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성인이 주 대상이다.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영유아기에 집중 치료를 받고 학령기와 청소년기에 거쳐 생애주기별로 지속해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충북도의 설명이다. 충북 지역에 첫 장애아동 재활 전문 의료센터가 들어서게 된 이유다.
권인수 충북권 공공 어린이 재활의료센터장은 “청주지역에서 장애아동들이 전문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부모들은 서울 등 수도권 또는 대전과 세종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다”며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선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청주에서 전문적으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장애아동과 부모들의 만족도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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