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이어 수에즈운하까지…세계경제 연말 돌발 악재
불안한 세계 경제에 국제 교역의 주요 바닷길이 세밑에 위협받는 또 다른 악재가 불거졌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이상 가뭄으로 낮아져 선박 통행이 제한된 데 이어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홍해 항로가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인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주요 상선들이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등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비가 뛰고 제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이어 미·중 간 긴장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시름하는 세계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19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항로는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12%가 지나가는 곳입니다.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 이후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는 아시아와 중동의 상품과 원유 등이 이곳을 거쳐 갑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바닷길이지만 후티 반군의 잇단 공격에 선박 운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보통 하루에 약 50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는데 지난 18일에는 최소 32척이 우회했습니다.
이 회사의 공급망 조사 책임자인 크리스 로저스는 유럽 수입 물량의 거의 15%가 아시아와 페르시아만 해상을 거쳐 운송되는데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유조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1위 해운사 MSC를 비롯해 머스크(2위), CMA CGM(3위), 하파그로이드(5위), 에버그린(7위), 한국 HMM(8위), 양밍해운(9위) 등 10위권 선사가 줄줄이 홍해 통과를 중단하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상품 교역량의 5%가 지나가는 파나마 운하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가뭄에 따른 수위 하락으로 선박 통행량을 제한한 데 이어 홍해 항로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해운사들이 기존 항로보다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파나마는 보통 12월부터 그다음 해 4∼5월까지가 선박 운항 수가 연례 건기라 파나마 운하의 병목 현상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싱가포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선박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 쪽으로 돌아가는 희망봉 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보다 이동 거리가 약 40%(5천311㎞) 늘어납니다.
이에 따른 연료비도 우리 돈 수십억 원이 추가로 들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노르웨이의 해운시장 분석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분석가는 아시아와 유럽을 왕복할 때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면 홍해 항로보다 3분의 1가량 많은 약 100만 달러, 우리 돈 13억 원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해운사가 최근 며칠 사이에 운송료를 20%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물류비 급등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애쓰는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 브렌트유 가격이 약 8% 오르는 등 국제유가도 홍해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지난해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홍해 사태가 길어지면 세계 교역이 더 위축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해운사 아반스가스의 외스타인 칼레클레브 최고경영자(CEO)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길이 400m, 총톤수 22만4천 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남쪽에서 좌초되면서 엿새 동안 운하가 막혀 글로벌 물류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로저스는 홍해 항로 문제가 몇 주, 몇 달이 아닌 며칠간 지속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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